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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잡고 모기 쫓기 위해 이 한몸 '불사르~으리'

입력 : 2014-08-14 21:30:16 수정 : 2014-08-14 21: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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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더 유용한 향초
공기가 향을 입는다. 벽에는 금빛 그림자가 일렁인다. 작은 불꽃은 제 몸을 온전히 사른다. 낯설고도 아늑해진 공간에서 운치에 젖는 시간. 양초가 주는 매력이다.

양초하면 보통 가을밤이나 겨울에 분위기를 내는 용도로 여긴다. 그러나 책 ‘소이캔들 만들기’의 저자 이송희씨에게 양초는 여름에 꼭 챙겨야 할 생존 아이템이다. 늦더위에 촛불까지 켠다고 하면, 상상하는 것만으로 덥게 느껴질 수 있다. 이씨는 “작은 온도 상승을 감수할 만큼 초가 주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여름에 빛나는 양초의 효능에서 집에서 ‘나만의 양초’를 만드는 법까지 이씨에게 양초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여름에 양초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선 냄새 제거다. 음식물 쓰레기나 하수구 냄새가 불쾌할 때 페퍼민트같은 향을 켜면 공기가 화하고 상쾌해진다. 이씨 역시 환기가 안 되는 작은 원룸에 살 때 주방 냄새를 해결하려 초를 태우기 시작했다. 높은 습도로 공기가 눅눅할 때도 좋다. 제습기처럼 습기를 싹 걷어내지는 않지만 꿉꿉함이 줄고 향을 즐기다보면 기분 전환이 된다.

불면증·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초를 활용한 아로마 테라피는 일찍이 주목 받았다. 라벤더향은 신경 안정과 불안 해소, 민트향은 정신 집중, 일랑일랑향은 스트레스 감소와 항우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람마다 향이 효과를 내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며 “내 경우 침대방에 라벤더를 켜놓으면 나른해지면서 좋은 기분을 안고 꿈나라로 갈 수 있다”고 말다. 벌레가 싫어하는 향을 섞은 양초도 여름에 유용하다. 이씨는 벌레가 싫어하는 라벤더, 페퍼민트, 베르가모트, 레몬그라스, 시트로넬라, 유칼립투스를 섞어서 따로 향초를 만들어 놓는다.

“무엇보다 양초를 켜면 멍하니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불꽃이 탈 때 왁스에 갇혔던 공기 방울이 하나씩 올라오는데 이걸 무심하게 세고 있죠. 또 초가 담긴 유리용기의 무늬에 따라 바닥이나 벽에 아름다운 그림자가 퍼지죠. 나무 심지에서는 탈 때 ‘딱딱’ ‘자작자작’ 식으로 미니 장작불처럼 소리가 나요.”

양초의 주 재료는 왁스와 심지다. 왁스에는 콩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만든 소이 왁스, 야자나무 오일로 만든 팜 왁스, 밀랍인 비즈 왁스, 석유 정제 과정서 나오는 파라핀으로 만든 파라핀 왁스 등이 있다. 소이왁스는 양초를 만드는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재료다. 천연 재료면서 밀랍보다 가격이 싸다. 심지에는 나무 심지와 면 심지가 있다. 여기에 염료와 향료를 더하면 색과 향을 지닌 양초가 만들어진다. 향료는 천연 향료인 에센셜 오일(EO)과 인공 향(프래그런스 오일·FO)으로 나뉜다. 

사진=한빛라이프 제공
색이 들어간 향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두 가지 색이 층을 이룬 초는 타는 과정에서 색들이 섞여 제3의 색이 만들어진다. 가운데는 노란색, 가장자리는 흰색을 넣은 달걀 양초는 한번 태우면 위에 하얗게 왁스가 덮인다. 이를 다시 불붙이면 달이 뜨는 것처럼 노란색이 떠올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양초는 시판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직접 만들면 재료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 만드는 즐거움과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숙달될 경우 양초를 한 번 만드는 데 20∼30분이면 충분하다. 집에서 양초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작업 자체보다 온도계·저울·핫플레이트·계량컵 같은 도구 준비다. 이씨는 “여러 번 만들 게 아니라면 일일이 도구를 마련하는 것보다 차라리 시판 제품을 구입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조언한다. 천연 향료를 넣은 향초는 완성한 뒤 2∼3주간 숙성 기간을 거쳐야 제대로 향이 퍼진다. 유리 용기에 담긴 초는 유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3∼4시간 태우고 끄는 게 좋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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