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은 ‘깊은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매운 라면’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1985년 ‘안성탕면’이 히트를 쳐 라면업계 1위에 오른 농심은 이 자리를 확실히 굳히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세웠다. 그 목표를 위해 다양한 연령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결국 1년이 넘게 고추에 매달린 개발팀은 산지에서 직접 사들인 생고추를 갖고 일정한 맛을 내도록 가공하는 특허기술을 발명해 표준화에 성공했다. 면발도 200종류가 넘게 만들어 시험했다.
한 연구원은 “평균 세 봉지 정도의 라면을 매일 먹었다”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해 가면서 맛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라면을 좋아하는 연구원들도 ‘즐기며’ 먹기는 힘들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연구 결과 쫄깃쫄깃하면서 라면 국물과 양념이 면에 잘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면이 둥근 형태의 면이 최적이라는 결론이 났다. 신라면은 이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되자마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1987년에는 18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리면서 라면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 카피로 이름을 알리면서 출시 후 지난해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은 230억개이고, 금액으로 따지면 8조원이다. 이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지구를 약 105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수량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최근 맛과 디자인을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그동안 축적된 소비자들의 여러 의견을 반영해 원료 배합비를 최적의 수준으로 조정했으며, 면발의 퍼짐 현상을 완화하는 노하우를 개발해 식감을 더욱 쫄깃쫄깃하게 만들고 국물과의 조화도 높였다.
최호민 농심 홍보팀장은 “신라면 특유의 얼큰한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고기의 깊은맛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며 “개선된 신라면의 품질을 눈과 입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장지에서 단순함을 콘셉트로 손 글씨로 처리한 로고인 ‘辛’(매울 신)과 강렬한 빨간 바탕을 강조하되, 이외의 나머지 디자인 요소를 과감히 생략하거나 간소화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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