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규제 완화는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 경기부양책)의 핵심 정책이다. 이에 따라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이 이달부터 상향 조정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보낸 ‘주택담보대출 규제 개선 관련 세부 시행방안’ 공문엔 “지역·담보·만기 등에 따라 50∼70%로 달리 적용하는 LTV를 70%로 단일화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LTV가 일률적으로 70%로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LTV는 지역에 따라, 주택 종류에 따라 50∼70%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LTV를 70%로 단일화한다는 정부의 발표를 단순하게 믿었던 금융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LTV(Loan To Value ratio)는 담보가치(집값)에 대한 대출금액 비율을 말한다.

은행들은 금감원이 지난달 28일 내려 보낸 공문을 토대로 LTV 관련 내규를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전산에 반영했다. 일률적으로 70%로 맞춘 게 아니라 지역, 주택에 따라 50∼70%로 차등화했다. 서울 지역의 모든 아파트는 LTV가 70%로 맞춰졌으나 일부 수도권과 대다수 지방 아파트는 LTV가 50∼60%에 머물렀다. 인천 중구의 경우 같은 아파트에 대해서도 은행마다 적용하는 내부 LTV가 60∼70%로 차이가 컸다. 서울이라도 도봉·양천·강동·용산·은평·관악구 등의 단독주택은 은행에 따라 LTV가 60∼65%만 적용된다. 연립·다세대 주택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시중은행 창구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H아파트를 담보로 시중 한 은행에서 대출 받으려 한 고모(48)씨는 “정부 말대로 LTV가 70%로 적용되는 줄 알고 갔다가 60%만 대출해준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지역별·담보별 LTV에 차등을 두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다 보니 ‘70% 일률 적용’으로 알았던 고객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LTV를 70%로 단일화한다는 것은 규제한도를 단일화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들썩이는 집값
그럼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3일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계약 직전에 거래가 중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집주인이 호가를 높이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3단지 112㎡형의 경우 7억6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가 집주인이 계약 현장에서 7억8000만원으로 호가를 올리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상도동 이희지부동산의 이희지 대표는 “매수자들이 따라가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도망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만큼 과거처럼 과열 현상을 보이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지금의 부동산 가격 안정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소중한 성과”라며 경기 활성화 효과를 위한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 독려·방치 가능성을 경계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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