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이 떠난 자리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산더미처럼 흉물스럽게 쌓여 있는가 하면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로 악취를 풍기기 일쑤다.
몇 해 전 남해의 한 해수욕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 입구에 내걸린 플래카드에 적힌 글귀가 퍽 인상적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써 붙인 ‘안 온 듯이 다녀가세요’란 점잖은 경고문이다. 다름 아닌 행락객의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문구였다. 그 플래카드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몰래 쓰레기를 버려봤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여행문화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성숙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레기 투기만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나 휴가를 떠날 때면 꼭 쓰레기봉투를 지참해 자기가 먹고 버린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되가져왔으면 한다. 올 휴가 때는 전국 피서지마다 정말 ‘안 온 듯이 다녀간다’면 내년에도 대자연은 우릴 정겹게 반겨줄 것이다.
이인숙·진주 진양호로 97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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