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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 5일장 "여전히 사람 살아가는 맛 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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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5 21:26:27 수정 : 2014-07-15 2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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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강진 마량 5일장을 가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사고 싶은 게 모두 집으로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시골 5일장은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염소, 거위, 닭, 메추리 등 육류는 물론 각종 생활 용품들이 즐비하고 수협 어판장엔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돔, 낙지, 장어, 바지락, 고막, 대합, 숭어 등 각종 수산물들이 즐비해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워메 엿지름 안 샀어.” 전남 강진군의 마량 5일장 버스터미널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큰 한숨을 쉬며 내지른 한마디가 제법 큰 파장을 일으킨다. “어째야스까, 어째야스까.” 할머니 주변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자기 일인 양 안타까워 한다. 알록달록 옷차림을 한 문제의 할머니가 부랴부랴 엿기름을 사러 간 뒤 다른 할머니들은 서로가 사온 물건을 확인할 겸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오천 원. 그거 어디요? 나두 후딱 댕겨와야 쓰것네.” 버스시간이 다가오지만 할머니들의 5일장 보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남편이 운전하는 경운기를 타고 전남 강진군 마량 5일장을 가는 아낙의 표정이 한없이 밝다.
할머니들이 형형색색 화려한 무늬가 그려져 있는 옷을 고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장을 보러온 주민이 방앗간에서 옥수수를 고르고 있다.
“장날마다 사러 나오세요?” 기자의 질문에 “돈이 워디 있어서 장마다 나온다요?” 할머니의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온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사고 싶은 게 모두 집으로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시골 5일장은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3과 8로 끝나는 날이면 전남 강진군 마량항 앞에 마량 5일장이 들어선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1급 청정해역으로 이름난 마량항과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완도에서 수산물, 각종 과일과 어패류 등이 장날마다 배편을 이용해 마량장에 운송돼 판매된다.

마량 5일장은 염소, 거위, 닭, 메추리 등 육류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들이 다양해 재래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5일장이다. 

특히 마량항의 강진군 수협 어판장에는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돔, 낙지, 장어, 바지락, 고막, 대합, 숭어 등 각종 수산물들의 인기가 좋아 전국 각지에서 오는 수산물 취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남 강진군 마량 5일장에서 장을 보러온 주민들이 닭을 고르고 있다.
새벽장을 본 상인들이 모여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마량 5일장에서 상인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을 가져와 팔고 있다.
전남 장흥군 대덕읍에서 장을 보러온 김영분 (78) 할머니는 파마를 예쁘게 한 머리에 두 손 가득 봉지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집에 가서 영감님 먹이야제.” 토종닭 한 마리와 생선이 들어있는 봉지를 보여준다.
할머니들이 장터 미용실에 들러 파마를 하고 있다.


 
장을 본 할머니들이 짐을 버스에 싣고 집으로 가고 있다.
흑염소를 팔러 가져온 할아버지와 조금이라도 깎아 보려는 할아버지의 뜨거운 신경전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병아리를 사달라며 조르는 아이와 키우다 금방 죽는다며 말리는 엄마의 기싸움은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아이가 병아리 두 마리를 들고 있다.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는 시골장의 하루 풍경이다.

사진·글=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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