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계승·발전 위해 꼭 필요” 무거운 종이사전 대신 손짓 한 번으로 손쉽게 단어를 찾는 인터넷 포털 사전을 이용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그럼에도 양서처럼 집 책장에 꽂아놓고 두고두고 펼쳐볼 만한 사전들도 분명 존재한다. 국어학자와 사전 전문가들이 “이 사전만큼은 종이사전으로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추천한 사전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국어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꼭 나와야 할 사전도 꼽아본다.

전문가 10명이 가장 많이 선택(복수 추천)한 사전은 ‘연세한국어사전’(6명)이다.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이 대사전 편찬 중간단계에서 발간한 사전으로, 말뭉치라는 현대 사전편찬학의 첨단 개념이 응용됐다. ‘전체 어휘가 5만개밖에 되지 않지만 빈도가 높은 단어를 추려 뽑은 것이어서 한국어를 처음 배우려는 외국인이나 자연언어(의사소통을 위한 일상언어) 처리 등에 활용하기 좋다’, ‘용례가 다양하다’ 등이 추천 사유.
뒤이어 초등학생용 사전으로 출판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보리국어사전이 5명의 추천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고유어로 뜻풀이가 잘돼 있고, 예문과 편집이 일반인도 보기에 상당히 좋은 ‘교양서적’에 필적한다는 호평받았다. 3위에 이름을 올린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가장 최근에 출간된 대사전이어서 신어가 잘 반영됐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실제로 취재팀이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대사전과 시중에 판매 중인 중·소 사전에서 주요 신어를 찾아본 결과, 고려대 한국어대사전만 해당 신어를 표제어로 올린 경우가 많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4위로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표제어 수가 많고 전문용어가 풍부하게 수록돼 있는 것은 장점으로 꼽혔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뜻풀이가 없고, 의미를 서로 관련시키기 어려운 것까지 한 표제어에 묶어 설명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밖에도 ‘한플러스 국어대사전’, 서울대 임홍빈 교수의 ‘한국어사전’, ‘연세초등국어사전’, ‘뉘앙스풀이를 겸한 우리말사전’ 등도 꼭 한 권쯤은 사야 할 사전으로 꼽혔다.
◆꼭 만들어야 할 사전
국어사전의 맥이 끊겨가는 상황에서도 누군가, 언젠가는 꼭 만들어야 할 사전은 무엇인지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소장 가치가 있는 사전처럼 다수 표를 받은 사전이 없어 추천 목록이 길어졌다. 있어야 할 사전들이 없는 척박한 우리나라 사전문화의 현주소다.
어원 사전, 뉘앙스 사전, 공시 사전, 어미·조사 사전, 연어 사전, 유의어 사전, 그림 사전, 말뭉치 사전, 인용구 사전, 형태소 사전, 의미빈도 사전, 단계별 국어학습 사전, 방언 사전, 전문용어 사전 등이 전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사전들이다. 북한어 사전과 재중동포 언어사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이 중에는 이미 발간됐으나 믿을 만한 사전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은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면 편찬하기 쉽지 않은 사전들이지만, 국어대사전의 내용이 좀더 풍부해지려면 어원사전, 고어사전, 뉘앙스사전, 조사·어미사전 등 선별형 사전 편찬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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