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1.5ℓ 디젤 엔진을 얹은 중형세단 SM5를 내놨다. 엔진의 크기는 줄이고 출력을 유지하는 다운사이징이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그러나 한동안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르노삼성에서는 계열사의 엔진을 적용해 국내에 출시했다. 이미 QM3를 통해 국내에 선보였던 1461cc의 디젤엔진이다. 르노삼성 연구소를 찾아가 직접 신차와 엔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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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ℓ디젤엔진을 얹은 르노삼성 SM5 D. |
연구소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디젤 엔진을 얹고 새롭게 선보인 SM5 D가 일행을 반겼다. 그 뒤로 SM5에 들어가는 엔진 3종류를 전시했다. 르노삼성의 중형세단 SM5는 2.0ℓ 가솔린 엔진 외에도 1.6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이번에 추가한 1.5ℓ 디젤엔진까지 총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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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 SM5에 들어가는 3종류의 엔진들. 가까운쪽부터 2.0ℓ 가솔린, 1.5ℓ 디젤, 1.6ℓ 가솔린터보엔진이다. |
SM5 D에는 유럽에서 이미 검증받은 르노그룹의 1461cc 디젤 엔진을 사용했다. 기본이 되는 엔진블록은 199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현재의 ‘K9K dCi’ 엔진은 2001년 1세대 모델을 만들었다. 지금은 6세대다. 직렬 4기통 가변형 터보차저를 장착했고 1600바(bar)의 피에조 인젝터를 사용했다.
90마력(hp)의 QM3 엔진과 블록은 동일하지만 인젝터의 종류가 다르고 터보차저의 용량도 달라 출력에도 차이가 있다. 정확히는 QM3의 엔진은 ‘K9K 609’ 모델이고 SM5 D에 들어간 엔진은 ‘K9K 846’ 모델이다. 전량 유럽에서 생산하고 조립까지 완성해 수입하며 국산 부품은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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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5 D에 들어간 1.5ℓ 디젤엔진. |
르노그룹에서는 2012년부터 중·소형차에 이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르노의 중형 해치백 ‘메간’이나 르노 모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MPV ‘다치아 롯지’에도 같은 엔진을 사용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그룹의 엔진을 가져와 SM5에 얹었다. 중형 세단으로는 이례적으로 1461cc의 배기량을 가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부사장은 “이 엔진은 110마력(hp)으로 수치상으로 부족해보이지만 한 번 타보면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르노삼성차는 SM5에 얹을 디젤 엔진을 고르기 위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다양한 종류의 엔진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엔진 개발을 담당한 한 연구원은 “국내에서 1.5ℓ 디젤엔진과 2.0ℓ 175마력의 디젤엔진 그리고 3.0ℓ V6 디젤엔진까지 모두 테스트해봤지만 국내 환경에서 1.5ℓ 엔진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2.0ℓ나 3.0ℓ 디젤 엔진은 엄청난 출력을 내면서 고성능 차에 적합해 연비를 고려한 상품 구성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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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닛산얼라이언스를 통해 르노삼성이 전 세계에 생산·판매하는 SM5의 엔진 라인업을 설명하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의 연비 측정실은 르노삼성이 생산하는 모든 차의 공인연비를 자가측정에 신고하는 기능을 한다. 관계기관에서는 1년에 한 번 현장에 나와 측정기가 정상적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실험실로 들어서자 한국, 유럽 등 국가별 연비 측정에 관한 설명이 벽면 가득 적혀있다. 마지막 방은 유리로 막혀있어 마치 방송국 스튜디오 같은 모습이다. 조정실 역할을 하는 책상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가 데이터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연비 측정에 걸리는 시간은 40분 남짓. 실험실의 온도와 습도를 국내 법규에 맞춘 뒤 차를 롤러 위에 올린다. 그리고 실험을 진행하는 직원이 운전석에 올라타고 가속과 감속을 이어간다.
운전석에 올라탄 사람의 발은 공인연비를 측정하기 위한 조건에 맞춰 차를 가동한다. 가속의 정도와 방법, 정지시간, 감속 방법이 모두 그래프로 나타나며 운전자는 그래프의 좌우 허용오차 폭 사이에 들어오도록 페달을 조작해야한다. 이때 오차는 3.2㎞/h다.
연비측정의 결과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밝혀진다. 그래프를 따라 가속페달을 밟은 결과로 배기구에서 탄소가 나오고 이를 모아서 배출가스 분석기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수치를 측정한다. SM5 D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7g/㎞로 나왔다.
이 실험실에서 나온 SM5 D의 연비는 복합 16.5㎞/ℓ, 도심 15.1㎞/ℓ, 고속도로 18.7㎞/ℓ다. 르노삼성차는 이 수치를 관계부서에 제출하고 형식승인 등 법적 절차를 밟아 공인연비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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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SM5 D의 엔진룸. |
중형세단의 덩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형차 수준의 배기량인 1.5ℓ 엔진을 얹은 SM5 D는 몇 가지 도전을 앞두고 있다. 먼저, 배기량에 따라 차종을 구분하는 국내 풍토에 대한 도전이다. 이 차는 국내 자동차 세금 부과기준으로는 소형차다. 아반떼급 세금을 낸다. 하지만, 차체 크기는 중형세단 그대로다. 법과 규칙이 그렇게 돼 있으니 우리나라에선 이 차를 소형차로 봐야한다.
만약 디젤 택시가 도입된다면 연료 효율이 좋아 1순위로 꼽힐 차가 바로 SM5 D 모델이지만 엔진이 작아 중형택시 요금을 받지 못한다. 세계적인 다운사이징 추세를 따라간 자동차 제조사의 고충이 여기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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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공인연비 측정에 사용하는 FTP75 방식. 가속과 감속, 정차 구간이 정해져있으며 실제 연비 측정에는 사람이 탑승해 가속과 감속을 오차허용 범위 내에서 한다. |
최근 잇따라 디젤 세단이 등장하며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업계에서는 주행거리가 많으면 디젤엔진이, 주행거리가 짧고 정숙성을 원하면 가솔린엔진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또, 르노삼성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원하면 터보 가솔린 모델도 좋은 대안이라고 추천한다.
비록 뼈대부터 신차가 나와야 할 르노삼성이지만 다운사이징 엔진을 추가해 효율을 높인 노력은 인상적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부사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 우리 나름대로 플레이 그라운드를 선보일 것”이라며 “SM5 D가 신호탄 역할을 해 2016년에는 국산차 3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기흥=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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