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전4기 만에 이뤄낸 감격적인 16강 진출이다.
알제리는 27일(한국시간) 쿠리치바의 아레나 다 바이샤다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3점을 기록 중이던 알제리는 이날 승점 1점을 추가, 조 2위를 지켜내며 마지막 남은 16강 티켓을 확보했다.
1982스페인대회 때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진출한 알제리는 브라질대회 전까지 3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한 차례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알제리는 4번째 월드컵인 브라질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982년 첫 월드컵 출전 이후 무려 32년의 기다림 끝에 품에 안은 16강 티켓이다.
사실 알제리가 H조에서 16강에 진출하리라고 전망한 이는 드물었다.
알제리의 FIFA랭킹은 22위로 H조에서 벨기에(11위)와 러시아(19위)에 이어 3번째다. 한국 역시 알제리를 주저 없이 '1승 제물'로 꼽았다.
시작은 나빴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벨기에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면서 파란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수비 위주의 전략으로 일관하다가 1-2로 역전패했다.
분위기도 나빴다. 바히드 할릴호지치(62·보스니아) 감독은 벨기에전 패배 후 알제리 언론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전략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궁지에 몰렸다. 알제리축구협회장이 감독에게 출전선수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회장이 나에게 출전 선수를 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언론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할 정도였다.
분수령은 한국전이었다.
한국에는 악몽이었고 알제리에는 역사에 남을 승리였다. 알제리는 벨기에전과 비교해 무려 5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성공했다.
알제리는 수비가 완전히 허물어진 한국을 상대로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확실히 기선을 제압했고 결국 4-2로 이겼다. 벨기에전 석패의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내고 분위기도 가져갔다.
자신감에 찬 사막의 여우는 러시아전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전반 6분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잠시 위기감이 감돌았으나 후반 15분 월드컵에서 만점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가 동점골을 넣으면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후반 30분이 넘어가면서 더욱 여유를 찾은 사막의 여우는 화려한 발재간과 체력으로 러시아의 좌우 수비를 괴롭히면서 주도권을 이어갔고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
1승1무1패로 승점 4점을 따낸 알제리는 러시아(승점2점)와 한국(승점 1점)을 가볍게 제치고 16강 티켓을 품에 안았다.
발릴호지치 감독은 러시아전에 앞서 "역대 가장 강했다는 1982년 알제리대표팀을 계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공언했다.
"나에게는 인생경기이고 알제리에는 역사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1982년 알제리축구대표팀은 처음으로 알제리를 월드컵으로 이끈 세대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도 당시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서독을 꺾어 파란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승부조작으로 억울하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32년이 흐른 2014년의 알제리대표팀은 선배들이 해내지 못했던 16강 티켓을 확보하고 마음껏 웃었다. '훌륭한 계승자'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성과다.
알제리는 다음달 1일 G조 1위로 올라온 독일과 16강전을 치른다. 앞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의 승리는 모두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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