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패 청와대도 새로운 용병술 필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벼랑 끝에 몰렸다. 알제리에 덜미를 잡힌 탓이다. 벨기에를 반드시 꺾고 알제리·러시아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딱한 처지다. 축구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홍명보 감독 리더십이 논란이다. 선수 선발과 팀 운영에서 변화가 인색하다는 게 요지다. 잘 아는 선수들만 쓰고 상황이 달라져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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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논설위원 |
‘선수 기용’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벌어진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도 안 된 기간에 총리 후보자 3명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가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인사 참사’라 할 만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총리 후보자를 새로 뽑아야 하고 6·13 개각에서 지명된 일부 장관 후보자들은 적격성 논란에 휘말려 있다.
문 후보자 인선이나 2기 내각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국가 개조와 적폐 척결을 위한 진용을 짜는 차원이었다. 대통령과 여당에 자성과 변화를 요구한 6·4 지방선거 표심을 반영한다는 측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자신이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주로 중용했다. 졸전에도 불구하고 특정 선수들을 고집하는 홍 감독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자신과 친숙하고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쓰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 바람과는 달리 코드에 맞는 인물을 고집해 역풍을 맞곤 했다. 세월호 참사로 상황이 확 달라졌다. 모두가 힘을 합쳐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게 절박한 시대적 요청이다. 새로운 선수 기용이 필요했다. 달라진 용병술도 요구됐다. 국민도 그러길 바랐다. 인적 쇄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되풀이되는 인사 파문은 이런 시대적 요구와 민심을 외면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미국 정치학자 리처드 E 뉴스타트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다”며 “대통령의 권력은 곧 설득력”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리더십의 요체를 설득력으로 본 것이다. 공무원에서부터 의회와 언론 그리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설득력은 국민과의 소통 능력에서 나온다. 미국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정치 환경도 변했다. ‘제왕적 대통령’ 혼자 나라를 끌고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국회의 협조 없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미국) 대통령은 빅토리아 여왕보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젊은 시절의 (영국왕) 조지 3세보다 의회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뉴스타트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대통령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용병술의 변화다. 편한 사람만 고집하지 않고 시대 맥락에 맞는 유능한 인물을 널리 찾아 쓰는 것이다.
한국·벨기에전이 내일 새벽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다. 홍 감독이 달라져야 꺼져가는 16강행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듯이 박 대통령이 변해야 국가 개조의 추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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