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모차르트!’는 예술가 모차르트가 아닌 천재로 살아야 했던 인간 모차르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신이 내린 음악적 능력을 인정받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안고 자란 음악천재 모차르트가 그 재능이 내린 ‘저주’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이야기.
천재성을 가졌지만 그에 걸맞은 인격적 성숙은 이루어내지 못한 청년 모차르트가 자신을 순수한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세상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밀도 있게 그려졌다. 영화 등으로도 제작됐던 피터 쉐퍼의 희곡 ‘아마데우스’가 엄청난 음악적 재능을 발산하는 모차르트와 그를 시기하는 살리에르의 내면 갈등을 중심 소재로 삼았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에 희생돼 가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작품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인물인 ‘아마데’를 창조해냈다.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모습을 하고 있는 아마데는 극중 청년 모차르트와 함께 등장해 모차르트의 예술적 성취를 종용하기도 하고, 모차르트를 괴롭히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접받기를 원하며 평생 자유로워지고자 했던 모차르트는 이렇게 어린 시절의 망령과도 같은 자신의 천재성에 휘둘리며 끝내 운명과도 같은 죽음을 향해 간다.
모차르트와 세상의 갈등이 아닌 한 인간 내면의 심적 갈등을 그려낸 작품이기에 감정변화의 섬세한 묘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작품이다. 2010년, 2011년, 2012년 등 총 세 번의 국내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에 대한 설득력의 아쉬움을 지적받았던 제작진은 이번에는 이를 의식해 각색, 연출, 무대 등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쳤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부터 주인공이 부르는 넘버의 가사까지 많은 부분이 과거 공연과 달라졌다.
변화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연과 달리 자유를 갈망하다 마침내 천재성에 잠식돼 미쳐가는 인간 모차르트의 모습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스위니 토드’,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연출하며 호평을 받았던 영국 출신의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를 영입해 대대적인 개편을 가한 제작사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만들어낸 유려하고 아름다운 넘버는 ‘모차르트!’가 가진 여전한 장점. ‘나는 나는 음악’, ‘황금별’, ‘내 인생 피하고 싶어’ 등 대표적인 노래들이 드라마틱한 음악적 구성으로 듣는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8월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3만∼13만원. (02) 6391-6332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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