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
아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2011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논술(사회계열)
제시문 〈가〉
최고의 탁월한 이성과 반성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던져졌다고 상상해 보자. 그는 어떤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것을 직접 관찰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어떤 것도 발견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성적으로 추론해서 원인과 결과의 관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자연의 작용을 이끌어가는 특별한 힘은 감각에 의해서는 결코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앞서서 일어났다고 해서 앞의 사건이 원인이고 뒤의 사건은 결과라고 결론짓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그 두 사건의 결합은 임의적이고 우연적일 수 있다. 뒤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앞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추론할 만한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 요컨대 앞에 예로 든 그 사람이 계속 경험을 쌓아나가지 않는다면, 그는 어떠한 사태에 관해 추측할 수도 추론할 수도 없을 것이며, 그의 기억이나 감각에 직접 주어진 것을 넘어선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결코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앞에서 말한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오래 살아서 유사한 대상들 혹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음을 관찰했다고 상상해 보자. 이 경험으로부터 그가 얻게 되는 바는 무엇인가? 그는 한 대상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그것의 원인이 되는 다른 대상의 존재를 즉각 추리한다. 그러나 그가 경험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그는 한 대상이 다른 대상을 산출하는 비밀스러운 힘에 대한 관념이나 지식은 전혀 가질 수 없다. …후략…
제시문 〈나〉
페타바이트 시대에는 정보가 단순히 3, 4차원의 분류 체계를 넘어서서 차원이 무의미해지는 통계의 영역에 들어선다. 과거에는 데이터의 총체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통념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이 가능해졌다. 구글(Google)의 창업 이념은 “이 웹 페이지가 다른 웹 페이지보다 왜 더 좋은지 모른다.”는 것이다. 통계 수치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의미론적이거나 인과론적인 분석은 필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나 웹 페이지의 내용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나 가정을 하지 않고도 광고와 웹 페이지의 내용을 짝지어 줄 수 있다. 구글의 연구개발 책임자는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리고 점점 그것 없이도 성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고가 광고계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만, 정말로 큰 변화는 과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실험 가능한 가설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 이런 모델은 대체적으로 과학자 자신의 상상 속에서 가시화된 체계이다. 그리고 과학자는 실험을 통해서 이런 이론적인 모델들을 확인하거나 부정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수백 년 동안 수행되어 온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와 동일시하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중략…
그러나 페타바이트 시대에 엄청난 데이터 앞에서는 ‘가설→모델→실험’과 같은 과학적인 접근은 구시대의 것이 된다. 페타바이트는 우리로 하여금 상관관계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며 우리는 더 이상 모델을 찾지 않아도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가설 없이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시시각각으로 빨라지고 커지고 있는 컴퓨터 클러스터(cluster)에 데이터를 입력시키면 과학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패턴을 통계 알고리듬(algorithm)이 발견해낸다.
제시문 〈다〉
우리가 원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과정 속에서 재단 가능한 원인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또한 재단 가능한 원인들의 수는 무한하며, 재단은 담론의 수준에서만 가치를 지닌다. “기차가 만원이어서 쟈크는 기차를 탈 수 없었다.”는 문장 안에서 우리는 원인과 조건을 어떻게 분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이 작은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방식을 늘어놓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기차를 타지 못하게 한 조건들을 어떻게 모두 열거할 수 있겠는가? 루이 14세는 세금 때문에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가 침략당했더라면, 농민층이 더 애국적이었더라면, 혹은 루이 14세의 덩치가 더 크고 위풍당당했더라면, 그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든 왕들이 루이 14세의 경우와 같은 단순한 이유로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단언을 경계한다.
역사가는 어떤 왕이 세금 때문에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반면 거기에 관해 생트집을 잡아 사실들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필요도 없다. 과거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는 언제나 공백이 있기에, 역사가는 종종 아주 다른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는 왕이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 어떠한 자료를 통해서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만일 그가 그 원인이 세금 탓이었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그는 가설적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는 과연 좋은 설명에로 거슬러 올라간 것일까? 세금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왕의 패전이라든지 역사가가 상상 못하는 제3의 원인이 있었을까? 세금은 불만의 그럴듯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다른 것들이라고 그만하지 않을 것인가? 농민들의 영혼 속에서 애국심의 힘은 어떠했던가? 패전 역시 세금 못지않게 왕의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제시문 〈라〉- 지면 관계상 생략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는 과학적 탐구에 대한 여러 관점을 나타낸다. 이 관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문제 2〉 제시문 〈라〉의 두 주장에 근거하여 [표 1], [표 2]에 나타난 중요한 점들을 기술하고, 제시문 〈나〉, 〈다〉의 관점 중 하나를 택하여 연구 전체(주장 및 결과)를 평가하시오.
아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2011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논술(사회계열)
제시문 〈가〉
최고의 탁월한 이성과 반성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던져졌다고 상상해 보자. 그는 어떤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것을 직접 관찰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어떤 것도 발견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성적으로 추론해서 원인과 결과의 관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자연의 작용을 이끌어가는 특별한 힘은 감각에 의해서는 결코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앞서서 일어났다고 해서 앞의 사건이 원인이고 뒤의 사건은 결과라고 결론짓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그 두 사건의 결합은 임의적이고 우연적일 수 있다. 뒤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앞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추론할 만한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 요컨대 앞에 예로 든 그 사람이 계속 경험을 쌓아나가지 않는다면, 그는 어떠한 사태에 관해 추측할 수도 추론할 수도 없을 것이며, 그의 기억이나 감각에 직접 주어진 것을 넘어선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결코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앞에서 말한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오래 살아서 유사한 대상들 혹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음을 관찰했다고 상상해 보자. 이 경험으로부터 그가 얻게 되는 바는 무엇인가? 그는 한 대상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그것의 원인이 되는 다른 대상의 존재를 즉각 추리한다. 그러나 그가 경험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그는 한 대상이 다른 대상을 산출하는 비밀스러운 힘에 대한 관념이나 지식은 전혀 가질 수 없다. …후략…
제시문 〈나〉
페타바이트 시대에는 정보가 단순히 3, 4차원의 분류 체계를 넘어서서 차원이 무의미해지는 통계의 영역에 들어선다. 과거에는 데이터의 총체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통념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이 가능해졌다. 구글(Google)의 창업 이념은 “이 웹 페이지가 다른 웹 페이지보다 왜 더 좋은지 모른다.”는 것이다. 통계 수치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의미론적이거나 인과론적인 분석은 필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나 웹 페이지의 내용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나 가정을 하지 않고도 광고와 웹 페이지의 내용을 짝지어 줄 수 있다. 구글의 연구개발 책임자는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리고 점점 그것 없이도 성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고가 광고계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만, 정말로 큰 변화는 과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실험 가능한 가설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 이런 모델은 대체적으로 과학자 자신의 상상 속에서 가시화된 체계이다. 그리고 과학자는 실험을 통해서 이런 이론적인 모델들을 확인하거나 부정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수백 년 동안 수행되어 온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와 동일시하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중략…
그러나 페타바이트 시대에 엄청난 데이터 앞에서는 ‘가설→모델→실험’과 같은 과학적인 접근은 구시대의 것이 된다. 페타바이트는 우리로 하여금 상관관계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며 우리는 더 이상 모델을 찾지 않아도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가설 없이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시시각각으로 빨라지고 커지고 있는 컴퓨터 클러스터(cluster)에 데이터를 입력시키면 과학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패턴을 통계 알고리듬(algorithm)이 발견해낸다.
제시문 〈다〉
우리가 원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과정 속에서 재단 가능한 원인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또한 재단 가능한 원인들의 수는 무한하며, 재단은 담론의 수준에서만 가치를 지닌다. “기차가 만원이어서 쟈크는 기차를 탈 수 없었다.”는 문장 안에서 우리는 원인과 조건을 어떻게 분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이 작은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방식을 늘어놓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기차를 타지 못하게 한 조건들을 어떻게 모두 열거할 수 있겠는가? 루이 14세는 세금 때문에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가 침략당했더라면, 농민층이 더 애국적이었더라면, 혹은 루이 14세의 덩치가 더 크고 위풍당당했더라면, 그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든 왕들이 루이 14세의 경우와 같은 단순한 이유로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단언을 경계한다.
역사가는 어떤 왕이 세금 때문에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반면 거기에 관해 생트집을 잡아 사실들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필요도 없다. 과거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는 언제나 공백이 있기에, 역사가는 종종 아주 다른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는 왕이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 어떠한 자료를 통해서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만일 그가 그 원인이 세금 탓이었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그는 가설적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는 과연 좋은 설명에로 거슬러 올라간 것일까? 세금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왕의 패전이라든지 역사가가 상상 못하는 제3의 원인이 있었을까? 세금은 불만의 그럴듯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다른 것들이라고 그만하지 않을 것인가? 농민들의 영혼 속에서 애국심의 힘은 어떠했던가? 패전 역시 세금 못지않게 왕의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제시문 〈라〉- 지면 관계상 생략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는 과학적 탐구에 대한 여러 관점을 나타낸다. 이 관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문제 2〉 제시문 〈라〉의 두 주장에 근거하여 [표 1], [표 2]에 나타난 중요한 점들을 기술하고, 제시문 〈나〉, 〈다〉의 관점 중 하나를 택하여 연구 전체(주장 및 결과)를 평가하시오.
지난 주까지 진행된 기본강좌를 종합적으로 검토, 적용하는 문항을 준비했다. 최신의 문제는 아니나, 논술문항의 정형적 유형들을 종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좋은 문항이다. 아래 문항들을 통해 지금까지 배웠던 기본 유형과 구조를 다시 복습해보도록 한다. 이 문항의 해제가 완료된 이후부터는 2015학년도 모의논술의 경향과 학교별 기출문제에 대해 풀이하도록 한다. 이번 시간에는 문제 1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전통적인 비교문항 접근법
논제에서 과학적 탐구에 대한 여러 관점이라는 일종의 기준을 제시해 주고, 이를 기준으로 제시문 간의 관점 차이를 밝히는 전통적인 비교문항이다. 기존 연세대 논제에서 단골로 출제되었던 유형이다. 문제는 기존에 비해 많은 분량을 요구한다는 점인데, 이는 각 제시문별 이해도를 보다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연세대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 문제는 과학적 탐구 방법에서 흔히 정의되는 인과론적 모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담은 제시문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세 제시문은 고전적인 인과론을 비판한다는 유사성이 있지만 과학적 탐구방식 자체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다. 제시문 간의 비교 기준은 이미 논제에서 제시하고 있다. 수험생은 과학적 탐구 방법에 대한 관점을 요약, 비교해야 하는데, 이때 각 제시문을 지엽적이거나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비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각각의 관점을 무조건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입장’, ‘상관관계만 인정하는 입장’과 같이 극단적으로 정의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각 제시문이 함의하는 내용을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이러한 맹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채 이 같은 이슈들이 실제 연구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어 나타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독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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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기 문제에서는 차이점을 명료하게 나눠 구조화해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한 대학교 논술고사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제시문 〈나〉는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기존의 가설 및 검증 단계의 연구 방법이 새로운 정보 처리 시대에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구글링(Googling)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보 시대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산, 처리한다. 이 같은 시대에는 데이터의 로그 기록에 따른 상관관계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발견과 분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제시문 〈다〉는 단순한 인과모델은 위험하며 우리는 언제나 무수한 제3의 변인들의 존재와 역할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은 인과관계에서 ‘원인’을 단 하나에만 두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가 ‘원인’이라 말하는 것은 사실 수많은 변인들 사이에서 선택적으로 설득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역사학에서 역사가가 인식하고 밝혀낼 수 있는 변인은 일부에 불과하다 설명한다. 이용 가능한 사료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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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
제시문 간의 공통점은 일종의 논증 기준으로 작용한다. 논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논제에서 강조하는 것이 ‘과학적 탐구’임을 알 수 있다. 즉,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기존에 활용되었던 일종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물론 논제에서 직접적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지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과학의 기본적인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며 제시문을 읽으면 이 논제가 인과관계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주된 테마임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세 제시문의 공통적인 주제는 기존의 과학적 논증 방법론에서 기초로 자리 잡고 있던 ‘전통적인 인과관계’가 진리로 나아가는 유일하고 완벽한 방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가〉는 감각적 경험이 인과관계를 상정하는데, 인간의 감각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 ‘관계성’에 대한 논리적 추론이 완벽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한다. 〈나〉는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비대하게 증가한 현대사회에서 상관관계만으로도 새로운 논증과 추론이 가능함을, 〈다〉는 인과관계 가운데 ‘원인의 다양성과 역사적 원인 추론의 한계’에 대해 논하며 다양한 변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한다.
문제는 차이점이다. 기본적으로 〈가〉는 두 사건 사이의 경험적 반복만으로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집중하는 부분은 ‘관계성’이다. 여기에서는 인간이 감각적인 경험의 세계에 존재한다는 점, 관계는 그저 경험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에 근거할 뿐이라는 전제가 작용한다. 인간 이성이 진리에 다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오히려 그것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역설한다. 〈가〉는 인간이 내재한 한계 때문에 인과관계는 완벽할 수 없다는 주장이며, 〈가〉의 논지에서 주된 비판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각의 한계이자 관계성에 대한 추론 그 자체이다.
수험생 입장에서 〈가〉와 〈다〉가 다소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는 과학적 연구방법론, 〈다〉는 역사학에서 나타나는 이슈를 다룬다고만 지적해선 안 된다. 또, 두 입장 모두 단순히 기존의 인과관계 자체를 부정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피상적인 접근에 머무르는 것이다. 〈다〉에서 강조하는 것은 ‘수많은 원인’의 존재다. 어떤 사건의 원인은 한 가지에 불과하지 않으며, 역사가의 경우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사료라는 변수를 일일이 다 찾아낼 수 없기 때문에 역사에서 어떤 사건이 반드시 어떤 이유로 발생했다고 규명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사학을 넘어서 사회과학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인과관계 역시 하나의 ‘인자’ 즉, 원인이 되는 사건을 하나로 상정하는데, 이는 다른 변인들의 가능성을 일축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가 사건 간의 관계성의 모호함, 그리고 그 관계를 추론하는 이성의 불완전함을 강조한다면, 〈다〉는 인과관계에서 원인 자체의 문제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 이때 〈다〉는 ‘인과관계’의 관계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파악했다면 이제 구조화를 할 차례다. 이 논제의 경우 세 제시문 모두 전반적으로 기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재고찰을 요구한다. 가장 먼저 떠올려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세 제시문을 열거하며 요약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요약 자체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분석 과정에서 세 입장이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항에 대한 차이를 적극적으로 규명해 주어야 한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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