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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누아르 하는데 왜 관객들은 외면할까

입력 : 2014-06-14 08:39:00 수정 : 2014-06-14 14: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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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누아르'가 대세… 흥행은 아쉬워
여름의 초입, 한국영화계의 뚜렷한 경향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누아르 영화의 잇단 개봉’일 것이다.

6월 들어 선 굵은 남자의 액션, 드라마, 그리고 눈물을 담은 누아르 영화 세 편이 극장가 흥행 경쟁에 뛰어들었다.

장동건 주연의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와 차승원 주연의 ‘하이힐’(감독 장진)이 지난 4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가운데, 이민기·박성웅 두 배우를 내세운 ‘황제를 위하여’(감독 박상준)도 11일 첫 선을 보였다.

이들 영화 모두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으로 사실적인 액션 묘사가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는 7월10일에는 지성, 주지훈, 이광수 세 남자배우들이 출연하는 또 다른 ‘청불’ 등급의 누아르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가 개봉해 누아르 붐을 이을 전망이다.

영화 '우는 남자'
◆ 누아르 영화 제작열풍, 우연일까

‘검다’는 뜻의 프랑스어 ‘Noir’와 영화(film)가 결합된 필름 누아르는 1946년 프랑스의 비평가 니노 프랑크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범죄와 폭력을 주 내용으로 하면서 인간의 부패된 이면을 암울하게 그려낸 게 특징이다.

한국영화계에서 누아르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대거 개봉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2000년대 들어 한국형 누아르들이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의 경향은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2010)가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아저씨’를 필두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신세계’(2013) 등 해마다 한 작품 이상 소위 ‘흥행 대박작’들이 터져 나오며 제작 열기를 부추겼고, 많은 실력파 신인 감독들이 이 장르를 통해 두각을 보이면서 ‘누아르 전성시대’란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색깔은 모두 달랐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우는 남자’는 원빈에서 장동건으로 주인공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아저씨표 액션’을 표방하고 있고, ‘하이힐’은 내면의 욕망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남자 형사의 이야기를 다뤄 ‘감성 누아르’란 수식어가 붙었다. ‘황제를 위하여’는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욕망을 드러낸 정통 누아르로 눈길 끌고 있다.

‘우는 남자’를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국영화는 10대부터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등급의 작품이 대부분인데, 최근 들어 ‘청소년관람불가’ 누아르 작품에 대한 성인 관객층의 관심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혈흔이 낭자하더라도 보다 사실적이고 강렬한 액션을 원하는 관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누아르 제작열기에 대해 분석했다.

영화 '하이힐'
◆ 우울한 누아르 흥행 성적표…원인은?

누아르 개봉 붐이 흥행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우는 남자’와 ‘하이힐’은 9일 동안 각각 누적관객수 55만명과 28만명(6월13일까지 영진위 집계)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고전하고 있다. 12일 개봉한 ‘황제를 위하여’ 역시 첫날 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지만, 박스오피스 3위로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6·4 지방선거일을 시작으로 현충일, 주말로 이어지는 이른바 ‘징검다리 연휴’였음에도 한국형 누아르 영화들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오히려 할리우드 SF액션 ‘엣지 오브 투모로우’(감독 더그 라이만)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겼다.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한 장르영화의 한계”라며 흥행 부진 원인을 꼽는 이들도 많았다. 누아르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선과 악의 뒤엉키고 끝이 개운치 않은 플롯인 경우가 많은데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사건·사고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 관객들의 선택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다소 있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 겸 영화평론가는 “누아르는 액션물처럼 분노에 대한 감정이 시원하게 배설되면서 끝이 나는 장르가 아니다. 한 마디로 관객들이 느끼는 장르적 쾌감은 크지 않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등장해도 각본·캐릭터·액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관객들의 공감과 인정을 이끌어내기가 힘든 장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주류인 총기액션이나 성 정체성 등을 다룬 이야기들이 아직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다”며 “사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외국에서도 누아르는 만들기 매우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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