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4번째 본선… 첫 16강 별러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프랑스’로 불린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은 축구에서도 나타난다. 알제리 출신 선수들이 프랑스 리그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알제리가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 바탕이 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 우승을 이끈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도 알제리 이민 2세였다. 지단의 부모는 1953년 프랑스 마르세유로 이민와 정착했다. 지단 외에도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을 이끈 사미르 나스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카림 벤제마 등도 알제리 혈통이다.
알제리가 처음 월드컵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이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강호 서독을 2-1로 꺾고 화려하게 데뷔전을 치른 알제리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담합으로 골 득실차에 밀려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담합 방지 차원에서 조별리그 마지막 두 경기는 동시에 여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이후 알제리는 1986년 멕시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각각 출전했지만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이 통산 4번째 월드컵인 알제리의 목표는 첫 16강 진출이다. 일각에서는 알제리의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다고 분석한다.
알제리는 아프리카팀답지 않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유연성과 개인기를 보유한 선수들 또한 많다. 경기장에 나선 11명의 선수들이 마치 하나처럼 움직이는‘유럽식’ 조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조직력 등을 더욱 다질 경우 16강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혈통의 선수들과 알제리 본토 출신 선수들을 잘 융화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 감독의 과제다. 올해 초부터 브라질 월드컵 이후 거취를 놓고 빚어진 할릴호지치 감독과 알제리축구협회 간의 갈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알제리 대표팀에는 연령대별 대표를 거친 선수들이 많아 개인 역량은 어느 때보다 좋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꿰어 ‘보배’로 만드냐는 1990년부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팀들을 오가며 지휘봉을 잡은 감독의 지도력에 달려 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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