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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개천, 홍익, 천손 민족의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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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26 20:57:10 수정 : 2014-05-26 21: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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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손이 지손을 교화하는 홍익
우리는 ‘가장 못난 후손’
환웅이 풍백·우사·운사 세 신하와 3000명의 천손을 거느리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으니 이것이 배달국의 개국, 즉 ‘개천’의 모습이다. 백두산에 살던 호랑이 부족과 곰 부족 같은 지손은 환웅에게 천손이 되고 싶다고 간청했다. 환웅이 쑥과 달래를 먹으며 수양할 것을 요구하자 호랑이 부족은 중간에 포기했고 곰 부족만 이겨냈다. 환웅은 곰 부족의 여왕을 아내로 맞이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환웅을 따라 내려온 천손이 지손을 교화하는 장면이다. 천손의 당당함으로부터 우리 민족의 ‘선민사상’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배달국의 개국이념 ‘홍익’이다. 즉 ‘우리는 누구인가’ 질문에 대한 정답은 ‘우리는 천손이다’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에 대한 정답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해야 한다’인 것이다. 개천사상, 홍익사상, 천손사상이 결국 모두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개천을 우리 스토리, 우리 콘텐츠, 우리 대서사시로 바꿔보자. 배달국 첫 환웅은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서 “환인께서는 짐에게 특별히 천부인을 주셨노라. 지금 풍백·우사·운사가 천부인을 하나씩 가지고 있도다. 천부인은 우리 배달국이 환국의 큰아들이고 천손의 나라라는 증거니라! 동서남북 5천리, 우리 배달국은 하느님이 보우하사 후손만대까지 이어질 것이니라!” 외쳤을 것이다.

그 다음 3000 천손의 만세소리로 백두산이 진동하는 가운에 도읍지 신시를 향한 행진이 이어졌을 것이다. 앞장선 천황의 마차 바로 뒤에서 풍백은 천부인 거울을 들고 따라가고, 우사는 천부인 방울을 울리면서 걷고, 운사는 100명의 근위대와 함께 천부인 검을 들고 천황을 호위한다. 그 뒤를 관리들과 3000 백성이 행진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내 소설 ‘개천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신시 중앙광장 솟대 아래에서는 칠선녀가 녹도문자로 적힌 커다란 천부경을 들고 있다. 지손들이 엎드려 있는데 호랑이 부족은 야만적인 복장을 하고 있는 반면 황후가 이끄는 곰 부족은 모두 좋은 옷을 입고 있다. 광장에 도착한 천황이 황후와 합류하면 공식행사가 끝난다. 이후 온 백성이 며칠 동안 먹고 마시며 ‘개천축제’를 즐겼을 것이다. 밤이 돼도 신시는 횃불로 불야성을 이루며 노래 소리에 파묻혔을 것이다….

얼마나 신명나는가.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신명나는 일이 있는가. 역사상 가장 좁은 영토를 가지고, 역사교육도 제대로 못하며, 사대주의에 찌들어 사는 우리는 ‘가장 못난 후손’이다.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은 식민사학에 의해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로 둔갑했고, 그 결과 천손은 곰의 자손 ‘웅손’이 됐다. 조상을 뵐 낯이 없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들 덕분에 물질적으로나마 풍요롭게 살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념으로, 종교로, 빈부로, 지역으로… 나라는 사분오열됐고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조상들이 피로 지킨 고구려의 성들이 중국의 만리장성으로 편입되고 있어도 구경만 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랍시고 영어를 섞어 말해야 대접을 받다보니 TV 광고 끝마다 ‘본토발음’을 한마디씩 달아준다. 이런 나라는 아시아에서 아마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못난 후손’의 천박한 모습이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역시 우리가 ‘가장 못난 후손’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것 줄인다, 저것 반으로 깎아준다, 혜택은 늘린다… 이런 공약들이 주종을 이뤘다. 학생회장 선거인지 대통령 선거인지 헛갈릴 정도다. 다음 2017년 대선 때는 국혼을 살리겠다, 역사를 바로잡겠다, ‘개천축제’를 성대하게 열겠다, ‘Great Korea’, ‘Smart Korea’… 같은 슬기로운 공약들을 제시한 ‘개천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개천축제’ 공약은 ‘가장 못난 후손’이란 오명을 단숨에 벗어던질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본다. 개천절을 계속 양력 10월 3일로 기념할 방침이라면 10월 1일 국군의 날부터 10월 9일 한글날까지 거국적 축제를 열자는 것이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공휴일이고 주말이 반드시 포함될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축제는 학술,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해야 한다. 특히 태호복희와 치우천황 같은 배달국의 영웅들을 재조명해야 한다.

어차피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은 이때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가 모두 몰려 있지 않은가. 호국의 간성인 국군과 우리 문화의 자랑인 한글을 기리는 날이 각각 10월 1일과 10월 9일이고 그 간격이 9일인 것은 ‘하늘의 뜻’이다. 그 축제 동안만은 국민들이 고단한 삶을 잠시 잊고 신명나게 놀다가 쓰러지도록 만들자. 너무 신명이 나 외국관광객들이 몰려들 정도로….

개천절 공식행사에 20년이 넘도록 어느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현실에서는 정말 꿈같은 얘기다. 하지만 꿈도 못 꾸는가. 나는 오히려 한 술 더 뜨겠다. 다음 2017년 대선 직후 2018년 2월에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천, 홍익, 천손 민족의 대서사시를 세계만방에 과시하면 어떨까.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2월 말 ‘개천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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