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한마음 상담연구원 안민숙(사진) 원장은 23일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과 더불어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게 맞지만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다시 예전과 같이 충실하게 살면서 어떻게 우리가 비참했던 사고를 잊지 않고 더 건강한 사회로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산 합동분향소 심리지원팀에서 유족들과 단원고 학생, 지역 주민들의 심리상담을 맡은 바 있다.
안 원장은 “마치 ‘너희도 슬퍼하라’는 식의 태도가 만연하다”며 우울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이후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모임을 가거나 술을 마시면 죄인 취급하고, 초등학교·유치원의 소풍과 교외 체험행사까지 전부 취소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상적인 애도로 보기 힘들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이 파편적으로 슬픔을 느끼는 애도의 방식도 있지만 문화 행사와 축제 등 사회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슬픔을 공유하고 극복하는 방법도 있다”며 “우리가 이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로부터 위안을 받는 가운데 사고 피해자들을 잊지 않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원장은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에서는 전과 달라야 한다”며 “예전처럼 광분하고 행사 전후로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해서는 안 되고, 행사 전후로 피해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는 애도 행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으로 묵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슬픔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면서 사고 피해자들을 회상하는 등 의미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자”며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이 팔에 검은 완장을 차듯이 우리가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표식을 부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건강하게 삶을 유지해야 물질적·심리적으로 피해자들을 돕고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모두 지쳐서 ‘어떻게 하나’라고 망연자실할 것이 아니라 슬픔과 우울을 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한 뒤 우리가 속한 사회가 어떻게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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