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오래된 기도’)
하늘을 우러러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기만 해도 현란한 생의 리듬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리 가파르고 힘든 현실이니, 잠시 마음을 고요하고 아름다운 쪽에 두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될 수밖에.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에는 생의 거친 모습도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으로 망막에 인화될 수 있다.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봄날’)
이문재 시인은 시집을 내지 않은 10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시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고 ‘시인의 말’에 썼다. 그는 “시를 나 혹은 너라고 바꿔보기도 했다”면서 “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를 거듭 자문했다고 했다.
“마른 번개가 쳤다/ 12시 방향이었다.// 너는 너의 인생을 읽어보았느냐./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았느냐.”(‘천둥’)
마른 번개가 치는 순간 정면으로 찰나의 밝음이 스치고 천둥 소리는 고막을 흔들었다. 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고뇌하는 시인에게 마른 번개와 천둥은 천상에서 내리치는 죽비였다. 우리는 과연 몇 번이나 천둥처럼 소리내어 인생을 울어보았느냐.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어떤 경우’)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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