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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에 물들어… 내 마음도 초록이 되다

입력 : 2014-05-15 21:19:29 수정 : 2014-05-15 22: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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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숲길·휴양림 ‘치유 여행’ 5월의 여행 테마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숲 체험이다. 우리 땅 5월의 숲은 가을 단풍 못지않게 아름답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화사한 꽃뿐만 아니라 싱그러운 연초록 숲이 있어 수여됐을 것이다. 이 숲이 우리 몸과 마음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숲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 때는 그 치유효과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싶다. 믿기지 않는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과 우울에 잠겨 있는 이즈음, 여행을 통해 힐링을 기대한다면 숲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몇해 전부터 전남 장흥은 우리 땅의 대표적인 숲 여행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바로 억불산 자락에 자리한 ‘편백숲 우드랜드’가 있어서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 숲은 전국 여러 곳에 조성됐지만, ‘우드랜드’는 뛰어난 풍욕장 시설로 명소가 됐다.

전남 장흥에는 휴양과 치유에 좋다고 소문난 숲이 여럿이다. 폭포와 소(沼), 협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유치자연휴양림은 장흥을 대표하는 치유 숲 중 하나다. 울창한 숲 속으로 안내하는 초입의 출렁다리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녹색으로 물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부직포로 만든 가벼운 옷을 입고 들어가는 이곳의 풍욕장에서는 해먹이나 나무벤치에 누워 숲의 기운을 흡입할 수 있다. 풍욕장으로 이어지는 편백숲 사이 나무데크를 오르내리며 즐기는 삼림욕도 매력 만점이다. 그래서 이곳의 통나무집·황토집 등 숙박시설은 온라인 접수를 시작하는 순간 예약이 끝나버릴 정도로 인기다.

장흥에는 편백숲 우드랜드 외에도 빼어난 정취를 지난 휴양림과 숲길이 여럿이다.

유치면의 옥녀봉 자락에 자리한 유치자연휴양림은 무지개폭포와 웅녀폭포, 소(沼), 협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숲이다. 산벚나무·단풍나무·고로쇠나무 등 400여종의 온난대 식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이 숲 속에 들어서는 순간 향긋한 나무 내음이 온몸을 감싼다. 통나무집을 지나 계곡을 따라 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은 왕복 1시간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지만, 맑은 초록의 기운이 폐부에 가득 차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숲길 들머리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에서 절정의 풍경을 만나는데, 청정 계류가 머무는 소와 산정의 미끈한 바위에 마음을 뺏겨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게 된다. 이곳은 편백나무로 지은 통나무집도 인상적이다. 울창한 숲속에 들어선 집의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높이 수십m에 달하는 베틀바위가 버티고 서 있어 감흥을 배가시킨다.

가지산 중턱의 천년 고찰 보림사 뒤편 비자나무숲길도 장흥의 명소다. 2009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받은 이 숲은 400년생 비자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삼림욕장으로도 그만이다.

숲 체험을 위해 장흥을 찾는다면 천관산, 제암산 등 명산에 오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정상까지 오가려면 반나절 이상 걸리지만, 이 산에는 왕복 1시간 정도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등산 코스도 여럿이다. 천관산에는 자연휴양림과 숙소도 조성돼 있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은 정상의 기암괴석이 천자의 면류관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른 봄에는 동백꽃, 늦가을에는 억새평원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기기묘묘한 바위와 신록이 빚는 이즈음의 정취도 더할나위없이 빼어나다. 정상에 오르려면 보통 동북쪽 능선의 장천재를 들머리로 삼는데, 초록의 기운을 느끼는 데는 장천재 주변 숲길만 걸어도 부족함이 없다. 장천재는 조선후기 실학자 위백규가 수학하며 후학들을 길러냈던 곳. 수령 600년이 넘은 늠름한 소나무가 지키고 있는 장천재 주변에는 계곡을 오르내리는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천관산 장천재 앞의 600년 된 소나무.
동남쪽 능선의 천관산문학공원에서 출발한다면 탑산사를 거쳐 닭봉까지 오가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작은 탑산사에서 닭봉까지는 왕복 1㎞. 가파른 길의 연속이지만 1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산길을 조금만 올라도 다도해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산중턱에 들어선 거대한 바위인 닭봉에 오르면 정면으로는 남해바다가, 오른편으로는 건너편 바위벽 사이에 들어선 큰 탑산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쭉으로 이름난 제암산도 간재 아래 임도까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올해 철쭉은 예년보다 적게 피었고 절정도 지났지만, 제암산 중턱까지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흥취에 젖게 된다.

장흥=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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