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며 말맞추기 속셈” 분석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 검사)에 따르면 대균씨는 출석 통보시한인 이날 오전 10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대균씨는 다른 유 회장 일가와 마찬가지로 계열사로부터 컨설팅비와 상표권 수수료,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원대의 돈을 지원받은 의혹을 받고는 있지만, 경영과 종교(구원파) 양 측면에서 후계구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세간에서는 실력 있는 조각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소환에 순순히 응할 것으로 검찰은 판단됐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균씨는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서 사법절차에 원활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유 회장 일가가 수사에 거듭 응하지 않아 어리둥절하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에서 유 회장 일가 중 검찰 소환에 응한 인물은 유 회장의 친형 병일씨뿐이다. 미국 체류 중인 차남 혁기(43)씨와 장녀 섬나(48)씨는 소환조사를 거부해 검찰이 체포영장 청구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고, 차녀 상나(46)씨는 강제조치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있다. 유 회장의 친형 병일씨만 지난 11일 검찰에 출석했을 뿐이다.
검찰은 유 회장 직계 일가의 버티기 전략에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시간을 끌면서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가 가능하고, 설혹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한다 해도 국내에 있는 직계혈족인 유 회장과 대균씨 정도가 사법처리 대상이다.
혁기씨의 경우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 여권을 무효화해도 국내로 송환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다해도 미국 사법당국이 응할지 가늠키 어렵다. 혁기씨가 종교적·경제적 ‘후계자’ 지위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혁기씨가 국내 계열사를 ‘원격 지휘’하며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해외 체류 중인 인물에 대해서는 소환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유병언씨와도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9일 다판다 감사 김동환(48)씨와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오경석(53) 대표를 구속했다. 또 유 회장 일가의 계열사 중 하나인 ㈜아해 이강세(73) 전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이날 청구했다. 이들은 모두 유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을 도와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박현준·김준영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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