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시작부터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고, 그 결과 역시 아니 한만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나, 교육 철학, 비전에 대한 검증 없이 오로지 전교조 충북지부장 출신인 김병우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겠다는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단일화 초기부터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감 선거를 진보와 보수, 전교조 출신 대 비전교조 출신이라는 이념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에 참여한 후보들은 부끄러운 '민 낯'만 드러냈다.
단일화 추진 과정에서 후보들은 번번이 자신들이 합의했던 '규칙'을 손바닥 뒤집듯 했다.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의 최종 단일 후보 결정에 홍순규 후보가 불복한 것이나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컷오프'된 김석현 후보가 불복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것은 그 결정판이었다.
후보들의 불복만 탓할 수도 없는 것이 단일화 추진위는 최종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까지 후보들이 이해하고 승복할 만큼 투명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 탈락 후보들이 불복할 수 있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다. 최종 후보 결정을 위해 연 청문회 결과나 단일화 추진위원들의 투표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어떤 근거로 최종 후보를 선택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 선정에 불복해 독자 출마를 선언한 홍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종 단일 후보 선정에 반영됐는지 묻고 싶다"고 밝힌 것은 단일화 추진위가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후보 결정의 결정적 잣대가 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단일 후보 선정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그럴만한 사유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홍 후보의 불만이다.
홍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갑론을박 끝에 여론조사를 할 이유조차 없었던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번복하면서 최종 단일 후보를 선정할 정도의 '무소불위'의 권한이 과연 단일화 추진위에 주어진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추진위가 애초부터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사전 내정설까지 제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보수 진영 결집은 고사하고 불신과 갈등만 키운 꼴이 된 것이다. 후보들의 잇따른 불복으로 '단일 후보'의 권위나 정통성도 빛이 바랬다.
보수 진영 단일화가 일궈낸 성과라고는 7명의 보수 후보 가운데 2명만 걸러낸 것이 고작이다.
결국 이번 충북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 후보 5명과 진보 진영 유일 후보인 김병우 후보의 5대 1 다자 대결 구도가 됐다.
보수 후보 8명 대 진보 진영 후보 1명이었던 선거 초반 구도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런 결과는 단일화 추진위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다.
교육계 원로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이 '급조'한 후보 단일화 추진위는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청주고 출신들이 대거 포진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다 편파 구성 논란이 일자 재구성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여론조사 시행 시기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등 후보들은 원칙에 합의하고도 번번이 뒤집었다. 추진위는 이런 과정에서 '심판자'로서 권위를 보이지 못했다.
단일화에 참여한 후보 5명은 4차례에 걸쳐 단일화 합의 정신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단일 후보 결정에 깨끗이 승복한 후보는 2명에 불과했다.
원칙이나 명분 없이 '패 가르기' 식으로 추진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결과였다.
불복한 후보들이 잇따라 불복하면서 본선에서 오히려 보수 성향 후보 간 이전투구가 심화할 공산이 크다. 출마의 명분을 살리려면 '단일 후보' 선정의 문제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 김병우 후보로서는 보수진영의 자중지란으로 '이이제이'할 수 있는 어부지리를 얻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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