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S 스토리] 사고만 터지면 괴담 난무…유언비어 ‘활개’ 실태

관련이슈 S 스토리

입력 : 2014-05-03 06:00:00 수정 : 2014-05-03 10:42: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때 만났던 할머니와 닮았다는 이유로 ‘청와대 연출설’에 휘말렸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손모씨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합동분향소를 조문할 당시 박 대통령에게 꽃을 건넨 할머니를 둘러싸고 이른바 ‘박근혜 할머니’ 논란이 불거졌다. 현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연출’이라는 의혹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라는 주장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같은 논란은 사흘이 지난 2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과 만난 할머니와 닮았다는 박사모 회원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안산에 가 본 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밝힌 것이다. 당시 할머니는 안산시 단원구에 사는 오모(73)씨였지만, 이날 회견을 한 여성은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손모(54)씨였다. 손씨는 “우리 가족이나 박사모 회원들에게 너무 가슴 아픈 참사가 있어 가보지도 못한 제 마음이 너무나 슬픈데, 왜 죄도 짓지 않은 나를 살인자로 몰아가는지 너무 가슴 아프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유언비어’로 몸살 앓는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 당일,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진도실내체육관이 갑자기 술렁였다. ‘2학년2반 ○○○입니다. 선미 쪽에 있는데 유리창이 깨질까봐 무섭네요’라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가족들은 동요했다. 사고 초기 늑장 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 글은 부산의 한 초등학생과 서울의 한 중학생이 허위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허위사실과 음모론이 넘쳐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시작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거쳐 세월호 참사까지 시간이 지나도 유언비어는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더욱 빠르고 그럴듯하게 확대 재생산된다.

‘선체 내부 식당에서 시체를 확인했지만 상부에서 꺼내지 말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은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 때문이다.’, ‘선원들이 구명조끼도 배포하지 않았고 해경을 매수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유언비어들이다. 경찰 조사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관련 악성 댓글과 유언비어 유포로 내사 중인 건수는 14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29명이 검거됐고, 2명은 구속됐다. 직업별로는 초등학생에서 전문직 직장인까지 다양하고, 연령대도 10∼50대까지 널리 퍼져 있다.

“주목받기 위해”, “장난·호기심으로”라는 한심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익명성 뒤에 숨어 죄의식이 실종된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모욕과 허위사실 유포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가운데)이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데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남정탁 기자
◆허위사실 유포에서 색깔론까지…정치권·정부 책임 크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유언비어의 자양분이 됐다. 정부의 뒷북 대응과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이 가세하면서 국민들은 혼돈 속에서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을 가장한 전문 시위꾼이 있다는 다른 사람 글과 동영상을 그대로 퍼날랐다.

권 의원은 영상 속 여성이 실제 실종자 가족으로 확인되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자신의 온라인사이트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5·18 반란과 같은 성격’, ‘시체 장사’라는 단어를 사용해 공분을 샀다. 국가적 재난을 수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는 비난이다. 유언비어가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촉발됐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유언비어 내용이 대부분 정부를 겨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시신을 숨긴다’, ‘시신을 부검해보니 죽은 지 몇 분 안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식이다.

대형 사건·사고에서 일부 유언비어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유독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음모론과 구조 당국의 무능을 지적하는 유언비어가 많은 것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고 발생 초기 구조 여부를 번복한 것은 물론 탑승자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며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켰다. 

구조 작업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과 비효율은 가족들로 하여금 차라리 인터넷에 떠도는 말을 믿게 만들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유언비어와 허위사실은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때일수록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유언비어 확산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