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익 늘리려 화물 과적… 평형수도 규정대로 안 채웠다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2 19:40:50 수정 : 2014-04-22 23:27: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월호 복원력 상실 왜 세월호 침몰 사고는 급격한 회전과 함께 3배 이상 화물을 과적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복원력을 상실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세월호는 위험구간인 맹골수도 해역을 진입할 당시 과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측이 평형수(ballast water)를 규정대로 채우지 않았을 개연성이 큰 만큼 선체 인양 후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해진해운의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화물 과적 및 평형수 부족 의혹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22일 공개한 한국선급(KR) 검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도입 후 개조한 세월호의 복원성 검사를 하고 승인해준 KR는 구조변경 후 무게중심이 51㎝ 높아져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우도록 했지만 선사가 이를 무시하고 화물을 과적해 사고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선박 평형수는 배의 아래쪽 무게를 늘려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물이다. 보통 선박 바닥에 설치한 탱크에 넣는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세월호를 도입해 전남 목포의 한 조선소에서 객실 증설, 선수 램프 제거 등 여객설비 증설공사를 진행했다. 증설 전후 여객 및 재화중량(DWT·화물 총중량) 등을 비교하면 총 t수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 늘었다. 재화중량은 3981t에서 3794t으로 187t 줄고, 경화중량(LWT: 여객 화물 뺀 순수 선박 중량)은 5926t에서 6113t으로 187t 늘었다. 이 때문에 무게중심(VCG)은 11.27m에서 11.78m로 51㎝ 높아졌다. 순수여객 탑승인원은 804명에서 921명으로 117명 증가했다.

한국선급은 세월호 구조변경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화물량은 구조변경 전 2437t에서 987t으로 1450t을 줄이고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5t 축소하며 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1007t을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적시했다. 세월호는 적장 화물량(987t)의 3.7배가량인 3608t을 실었다. 화물을 과적하면서 평형수는 승인 조건보다 훨씬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 당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살펴보면 세월호는 오전 7시28분부터 8시까지 시속 39㎞(약 21노트)의 최고속도로 맹골수도로 향했다. 세월호는 맹골수도에서 변침한 오전 8시26분 이후 협로를 운항하면서도 평소보다 2노트 이상 과속한 19노트 이상을 유지했다. 세월호는 균형을 잡으려고 사고 직전까지 2∼3차례 추가 변침을 했다. 여기에 맹골수도의 빠른 물살이 더해져 그 충격이 배가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속적으로 증가한 화물수입


청해진해운의 화물 수입 또한 최근 몇 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해진해운이 수익성을 올리는 데 급급해 과적을 일삼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연안여객선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승객보다 화물이 훨씬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 차량 싣는 비용은 10만원에서 14만원 정도로 승객 운임보다 몇 배나 된다”며 “화물 운임이 높으니 선사들이 과적하고 그만큼 평형수를 적게 채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은 여객수입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화물수입은 증가했다. 청해진해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20억원을 올렸다. 전년(260억원)보다 60억원가량 늘었다. 화물수입 증가가 매출액 창출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화물수입은 194억8000만원으로 전년(143억2000만원)보다 51억6000만원(36.0%)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여객수입은 117억7000만원에서 125억3000만원으로 7억6000만원(6.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화물수입이 대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화물수입은 2009년(114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70.8%나 급증했다. 반면 여객수입은 2009년 174억4000만원에서 28.2% 감소했다. 세월호를 도입한 2013년을 제외하면 여객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9년 전체 매출 가운데 여객수입과 화물수입의 비중은 각각 60.5%와 39.5%였지만, 2011년 화물수입 우위로 역전된 후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지난해엔 화물수입이 60.9%, 여객수입이 39.1%를 차지했다.

영장심사 마친 선박직 4명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선원 4명이 2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목포=이재문 기자
◆청해진해운 면허 취소 검토


해수부는 세월호를 운항하면서 안전관리와 비상대응에 문제를 속속 드러낸 청해진해운을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권준영 해수부 연안해운과장은 “청해진해운의 면허 취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법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으므로 취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선사 과실 때문인지는 배를 인양해 조사해봐야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취소 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법 제19조 1항은 해양사고가 여객운송사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하거나 선장의 선임·감독과 관련해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일어났을 때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 사업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해진해운 측은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수부는 22∼30일 해양경찰,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현재 운항 중인 연안여객선 173척을 대상으로 긴급안점점검을 실시한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