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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베스트컷] 정재영이 선택한 ‘아들’… 용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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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1 20:27:19 수정 : 2014-05-08 16: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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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하면 단연 정재영이 떠오른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우리 선희’를 시작으로 ‘열한시’(11월), ‘플랜맨’(1월),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4월)까지 두세 달이 멀다하고 잇따라 출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30일에는 대작 ‘역린’의 개봉까지 앞두고 있다.

그중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에서의 그의 연기는 오래도록 회자될 만하다. 정재영은 이 영화에서 또래의 청소년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딸의 아버지 상현 역을 맡아 절절한 부성애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가해자들을 찾아나서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내용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영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꼽은 영화는 스웨덴 출신 다르덴 형제(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아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상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잃은 슬픔에 대처해 나간다.

주인공 올리비에 역을 맡아 복잡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을 표현해낸 배우 올리비에 구르메는 이 작품으로 2002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Information

제목: 아들(2002, 벨기에)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국내개봉: 2004년 2월20일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2분
등급: 전체관람가

# 정재영 Says..

‘방황하는 칼날’ 이정호 감독의 추천작이었어요. 그러니까 재작년에 본 영화인데, 그때 본 감동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네요.

‘아들’은 한 마디로 ‘용서’에 관한 영화예요. 어찌 보면 ‘방황하는 칼날’의 대척점에 있는 영화인 셈이죠. ‘방황하는 칼날’은 주인공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죽인 소년들을 찾아 응징하지만, ‘아들’은 그 반대예요. 주인공(올리비에 구르메)은 아들을 죽인 소년을 받아들이게 되죠.

엔딩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두 인물이 다시 원래의 상황으로 돌아가며 밑도 끝도 없이 끝나요. 그때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큰 울림이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 왜 이 영화를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죠. 자식 잃은 아버지의 마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뜨겁게 올라왔다고 해야 할까요.

# ABOUT MOVIE

목수인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는 가구제작훈련센터에서 출소한 아이들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16세 소년 프란시스(모건 마린느)가 제자로 들어온다.

올리비에는 이때부터 프란시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살피기 시작한다. 다른 학생들을 대할 때와는 다른 눈빛이다. 올리비에의 시선은 언제나 프란시스를 향해 있다. 

카메라는 올리비에의 등 바로 뒤에서 올리비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꽉 찬 화면, 거친 숨소리, 그리고 핸드헬드 기법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올리비에는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전처 마갈리(이사벨라 소파트)를 찾아가 프란시스를 만났다고 고백한다. 프란시스는 11세의 나이에 두 사람의 아들을 죽게 한 장본인이었던 것. 마갈리는 두 사람이 만나는 걸 격하게 반대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프란시스는 올리비에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그에게 자신의 후견인이 돼줄 것을 요청한다. 그런 그에게 가끔은 친절을 베풀면서도, 어떨 때는 차갑게 대하는 올리비에는 그를 아무도 없는 목공소로 데려가 모든 사실을 밝히는데….

‘아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빼앗아버린 범죄자에게도 용서가 가능한지 물으며, 종교로부터 비롯된 인간 윤리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상기시킨다. 식당에서 나이프(칼)를 찾고, 운전 중 급브레이크를 밟고, 심지어 프란시스의 목을 죄는 등 순간순간 살인 충동을 느끼지만 올리비에는 결국 프란시스를 용서하고 구원한다. 

영화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스승과 제자 관계로 돌아가는 올리비에와 프란시스의 '투 샷'으로 다소 싱겁게 끝이 난다. 아직 끝난 게 아닌 듯 끝나버린 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다본 후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두 사람의 뒷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려보게 만든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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