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8일 강간상해 및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새벽 귀가하던 중 서울 동작구 한 식당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A씨는 식당에서 자고 있던 주인 B(65·여)씨를 보고 자신의 옷을 벗었다. 인기척에 놀라 잠을 깬 B씨가 피하려 하자 주먹을 휘둘렀다. 또 B씨의 가방에서 36만원을 훔친 다음 지폐 몇장을 B씨에게 던지기도 했다. A씨에게 폭행당한 B씨는 뇌진탕 등 전치 4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B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A씨는 법정에서 “당시 몰두하던 게임 속의 가상현실 공간인 것으로 착각했다”며 “특정 아바타를 갈아입기 위해 바지와 속옷을 벗었지 (B씨를) 강간하거나 살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행 수일 전부터 온라인 게임과 배달일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에 술까지 마셔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잠긴 식당 문을 억지로 열어 가게에 들어갔고, 훔친 돈을 들고 도망쳤다가 놓고 간 휴대전화를 찾으려 식당을 다시 찾은 점 등을 의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범행 당시 중증 이상의 온라인 게임 중독 상태였고, 심한 수면 부족과 알코올 섭취로 심신미약 상태인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A씨가 범행 전에 들어갔던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거스름돈까지 정확하게 받은 것이 CC(폐쇄회로) TV에 찍힌 점 등에 비춰 온라인 내 가상 상황으로 혼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이해국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는 별개로 전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의 경우 충동 조절 기능이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만 일시적인 시간·공간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은 들 수 있겠으나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과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coming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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