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제작의 ‘세이빙 MR. 뱅크스’(감독 존 리 행콕, 4월3일 개봉)는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전설적 인물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와 ‘메리 포핀스’의 원작자 P.L. 트래버스(엠마 톰슨)의 특별한 인연을 그린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존 리 행콕 감독은 로버트 스티븐슨 감독의 1964년작 ‘메리 포핀스’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단순 에피소드가 아니라 한 여인의 성장담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모든 것은 월트 디즈니가 그의 딸들에게 ‘메리 포핀스’ 소설을 반드시 영화화해주겠다고 약속한 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깐깐하다 못해 괴팍하기까지 한 원작자 트래버스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디즈니는 20년이나 그를 쫓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판권 사인을 코앞에 두게 됐다.
디즈니의 초청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사를 방문한 트래버스 부인은 영화화를 위한 각본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어린 시절의 추억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는 소설 ‘메리 포핀스’ 속 미스터 뱅크스의 실제 모델이 된다. 트래버스 고프, 미스터 뱅크스, 그리고 월트 디즈니까지 세 남자의 ‘부정’이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를 이루는 주요 키워드가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트래버스 부인이 ‘메리 포핀스’의 영화화를 그토록 반대했던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유명 배우 딕 반다이크의 캐스팅을 반대한다거나, 뮤지컬은 죽어도 싫다고 우기다가도 피아노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트래버스 부인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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