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너를 찾어왔다 순아.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닥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순아, 이게 몇만 시간 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눌만 남드니, 매만져볼 머릿카락 하나 머릿카락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 촉(燭)불 밖에 부흥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천 린지, 한 번 가선 소식 없든 그 어려운 주소(住所)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어 순아! 순아! 순아!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미당 서정주 대표시 100선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윤재웅 엮음·은행나무)에서
◆ 서정주 시인 약력
▲1915년 전북 고창 출생, 2000년 타계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동국대학교 교수 역임 ▲‘화사집’‘귀촉도’‘동천’‘질마재 신화’‘떠돌이의 시’ 등 시집 15권.
▲1915년 전북 고창 출생, 2000년 타계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동국대학교 교수 역임 ▲‘화사집’‘귀촉도’‘동천’‘질마재 신화’‘떠돌이의 시’ 등 시집 15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