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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 지음/김영사/2만7000원 |
“선생의 주옥같은 글들은 한글로 쓰여지는 글로서 이를 넘을 수 있는 수준의 글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참으로 엄청난 상찬이 아닐 수 없다. 찬사를 바친 이는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그가 ‘선생’이라고 부른 이는 영문학자인 김우창(77·사진)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다. 처음엔 ‘너무 과장된 표현 아닌가’라고 생각한 독자들도 김우창이란 이름 석 자 앞에 ‘그렇다면…’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책은 어느덧 한국 최고 인문학자 반열에 오른 저자의 깊고 거침없는 사유를 온전히 보여준다. 2005년 ‘마음의 생태학’이란 주제로 실시한 연속강좌 원고에 최근까지 각종 매체에 실은 기고문을 더해 500쪽 넘는 두꺼운 책으로 묶어냈다.
요즘 유행하는 ‘대중과 소통하는 인문학’ 열풍에 편승해 덥석 집어 펼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저자의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꽤 난해하고 복잡하다. 사실 ‘마음의 생태학’이란 제목부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저자도 그 점을 의식했는지 책 서문의 상당 부분을 제목 설명에 할애했다. “인간의 마음의 깊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존재 전체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삶이 가능하다”는 말은 대단한 권위와 중량감을 갖고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인문적 가치가 가장 소중한 것인 양 떠받들어지는 시대에 저자는 과감히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한다. 너도 나도 인간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인간의 이익’에 맞게 세계를 왜곡하고 조종하려는 통에 인류 문명은 그만 ‘깊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저자가 책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게 바로 사유의 ‘깊이’다.
이처럼 깊이를 추구하는 저자가 보기엔 인문학이란 학문 명칭도 불만족스럽다. 그래서 체계와 이론을 중시하는 과학(科學)을 붙여 ‘인문과학’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과학 특유의 끈질기고 논리적인 성찰만이 나의 ‘자의성’을 넘어 세계의 ‘보편성’으로 인간을 이끈다고 여기는 듯하다.
노(老)학자다운 너그러움을 발휘해 쉽게 썼다면 작금의 인문학 열풍 속에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은 복잡하고 저자는 솔직하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저자가 ‘어린’ 독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할 순 없지 않겠나.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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