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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도 졸업하는 제2외국어 학과

입력 : 2014-03-13 06:00:00 수정 : 2014-03-13 13: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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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사관리 허술… 말 한마디 못하는 학생 수두룩
졸업시험도 형식적… 탈락 땐 논문·리포트로 대체
신모(26)씨는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올해 서울 A대학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했다. 점수에 맞춰 대학에 들어간 신씨는 애초부터 전공에는 흥미가 없었다.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한 그는 전공을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어는 단어조차 모른다. 이런 신씨가 어떻게 졸업장을 받았을까. 대학의 허술한 학사관리 탓이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제2외국어 학과가 가장 많은 한국외대의 경우 일본어와 중국어는 각각 공인어학시험인 JPT, HSK 점수로, 다른 언어전공은 자체 어학시험 성적으로 졸업자격을 평가한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연세대 등도 자체시험을 통해 졸업생들의 어학능력을 검증한다.

하지만 시험성적 때문에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2외국어 전공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려면 반드시 어학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시험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차 시험에 떨어지면 재시험을 치르면 된다. 이마저도 탈락한 학생에게는 졸업논문과 같은 다른 방식을 통해 졸업장을 받을수 있도록 학교 측이 배려해주고 있다. 리포트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신씨는 “시험 문제가 기초 스페인어 수준이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 어학시험에 떨어졌다”며 “다행히 재시험으로 졸업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한 김모(27)씨는 “졸업시험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통과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며 “대부분 재시험과 리포트 제출 등 대체방안을 마련해 졸업시켜준다”고 말했다.

전공 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까막눈 제2외국어학과 졸업생들이 사회에 쏟아진 지는 오래다. 우리 사회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전공자를 우대하고, 다른 제2외국어 전공자를 냉대하는 탓에 학생들의 전공 포기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졸업 후에도 전공 공부를 계속하거나 해당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취업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2010년 한국외대 동양어대의 한 과를 중퇴한 김모(31·여)씨는 “처음 입학했을 당시에는 같은 과 동기가 30명 정도였지만 이 가운데 7∼8명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퇴하거나 전과했다”며 “전공을 살려 취직한 사람은 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경희대 스페인어학과 송영복 교수는 지난 1월 학내 게시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 학과는 2004년부터 졸업 요건으로 학생들에게 ‘유럽표준 스페인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도록 했지만 지난해 시험을 폐지했다. 모교수는 “학과가 생긴 이래 2004년까지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가 2004년 시험이 도입되면서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춰야 졸업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전공학생들의 어학 실력이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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