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은 살아있지만 성질이 약해진 균을 투입하는 생백신과 죽은 균의 일부를 접종하는 사백신으로 구분된다. 생백신은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임신 중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백신은 적절한 항체를 보유하기 위해 1∼8개월 간격으로 1∼3회 맞아야 하므로 접종 의지가 있다면 여유 기간을 두는 게 좋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은 임신 중 접종으로 인한 기형 발생 보고는 없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인 만큼 임신을 계획하기 전에 맞아야 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외에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회음부 상피내종양,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을 유발한다.
풍진도 여성에게 강력 추천하는 백신이지만 임신 중에는 맞으면 안 된다. 생백신이어서 살아있는 균이 태반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료계 판단이다. 풍진 백신을 맞았을 때는 한 달간 임신을 피해야 한다. 생백신인 홍역과 수두 백신도 마찬가지다.
수두는 보통 어린 시절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 감염은 폐렴·뇌막염 등 중증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훨씬 위험하다. 임신 중에 감염되면 1% 확률로 태아에게 선천성 감염을 일으킨다.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산전 검사에서 발견했을 때는 접종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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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태아 기형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임신 중에는 맞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
임신 중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금지 항목보다 많다. 신종플루 같은 유행성 인플루엔자가 창궐할 때 임신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도 인플루엔자 백신은 임신 전, 임신 중, 출산 이후 모두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백신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임신 기간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B형 간염, A형 간염, 폐렴구균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단 항체가 없는 군인, 외식업·의료계 종사자 등 고위험군은 임신 중이라도 접종이 권고된다.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는 필수 예방접종으로 분류돼 있어 대부분 어린 시절 항체를 갖지만 성인이 되면서 그 수치가 점점 떨어진다. 이 중 백일해는 세계적으로 발병 사례가 늘고 있는 질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집단 발병 사태가 일어났다. 신생아 감염은 사망 원인이 된다. 가족 간 감염률이 높아 부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일부에서 백신의 위험성을 주장하지만 신 교수는 “그 어떤 항생제도 백신만큼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줄여주지 못한다”며 “임신부는 면역 능력이 떨어져 감염 시 폐렴 또는 패혈증 등 각종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크고, 임신부 감염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요 질병에 미리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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