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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둑이 제 발 저린 대부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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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6 23:15:43 수정 : 2014-03-06 2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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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심허’(做賊心虛)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뜻이다. 얼마 전 대부업자들이 한국대부금융협회 주관으로 불법정보 사용금지 서약식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보니 문득 이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인정보의 최대 수요처가 대부업계라는 사실은 이제까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대부업계 스스로 이를 자인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하니 대부업계도 어지간히 다급했던 모양이다.

그동안 대부업계는 개인정보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몇몇 대형 대부업체들이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나마도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받고 있던 신용카드사도 개인정보 관리소홀로 대형사고를 친 걸 보면,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부업계의 실상은 과연 어떨지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1998년 초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후 서민의 피해가 늘어나게 되자 정부는 서민금융 해결책의 일환으로 2002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대부업 양성화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처음엔 대부업의 최고 이자율을 연 66%로 제한했다. 그리고 2007년 말부터 최고 이자율을 순차적으로 인하(현재 39%)했다. 

김흥수 금융소비자연대 대표
그동안 대부업계는 정부의 이자율인하 요구에 조달금리가 높다거나 대손충당금의 손비처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서민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반대해 왔다. 노무현정부 말기부터 지금까지 대부업계의 법정 최고 이자율이 절반 가까이 인하됐음에도 대부업 시장이 10배 넘게 큰 성장을 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대부업 양성화 정책으로 대부업체는 고금리 이외에도 대출금액의 7%라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대부중개업자라는 불법 개인정보 유통시장 숙주의 든든한 자금원이 되는 아주 불량한 시장구조가 형성돼버린 것을 의미한다. 이번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건은 대부업과 대부중개업자, 그리고 카드사가 불법 개인정보시장에서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소비자의 피해를 증폭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난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불량한 대부업 시장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를 동반한 대부업 양성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개미구멍으로도 항공모함이 들락거리도록 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틈새라도 구멍만 있으면 대량의 불법 정보유통이 가능한 현실에서는 보다 더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 불법 유통시장의 자금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이 없는 한 이번과 같은 사태는 또다시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에는 정책이 있고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 어느 대부업자에게서 들은 우스갯소리다. 불법대부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없다 보니 대부업 종사자들이 정부를 우습게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정부의 불법 개인정보유통 근절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한다.

김흥수 금융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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