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아무리 큰 이변을 일으킨 나라라고 해도 4강전(준결승)에서 모두 걸러지기 때문이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이변의 주인공 한국과 터키가 4강전에서 우승 후보 독일과 브라질에 각각 덜미를 잡혀 3-4위전으로 내몰린 끝에 4위와 3위를 나눠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2002월드컵 우승국 브라질과 준우승국 독일 등 지난 20년간 치러진 5차례 월드컵의 우승·준우승팀을 보자. 1994미국월드컵 우승 브라질·준우승 이탈리아, 1998프랑스월드컵 우승 프랑스·준우승 브라질, 2006독일월드컵 우승 이탈리아·준우승 프랑스, 2010남아공월드컵 우승 스페인·준우승 네덜란드 등 결승에는 오를 만한 국가들이 죄다 올랐다.
그렇다면 2014브라질월드컵의 결승에는 어느 나라들이 오를까. 곧 유력한 우승후보국으로는 어떤 나라들이 꼽히고 있을까.
지난해 12월7일 본선 진출 32개국을 대상으로 조 추첨이 이뤄진 직후 해외 베팅 사이트들도 앞다퉈 배당률을 발표했다. 배당률은 우승 가능성과 반비례한다. 이들에 따르면 브라질의 배당률이 최저다.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얘기다. 그 뒤를 아르헨티나·독일·스페인 등이 이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74)는 지난 1월 콜롬비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독일·브라질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펠레가 꼽은 우승후보는 오히려 탈락한다'는 '펠레의 저주'가 있기는 하지만 누가 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나라들이다.
◇브라질 "밖에서도 늘상 하던 우승, 안에서 못하랴"
브라질이 우승 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이유는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다인 통산 5회(1958·1962·1970·1994·2002년) 우승 기록은 흘러간 과거사로 치부한다 해도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또 한 번 우승할 수 있는 이유들은 차고 넘친다.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마르셀로(26·레알 마드리드 이상 스페인)·오스카(23)·다비드 루이스(27)·하미레스(27)·윌리안(27·이상 잉글랜드 첼시)·파울리뉴(26·잉글랜드 토트넘)·페르난지뉴(29·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하피냐(29)·단테(31·이상 독일 바이에른 뮌헨)·티아고 실바(30·프랑스 파리 생제르맹)·헐크(28·러시아 제니트) 등 유럽 빅리그의 공수를 휘어잡고 있는 무수히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과 차베스 프레드(31·플루미넨세) 등 그들 못잖은 국내 리그 선수들이 즐비해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부터가 전쟁이다.
2002월드컵 우승 주역으로 FIFA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모두 수상했던 '외계인' 호나우지뉴(34·아틀레치쿠 미네이루), '하얀 펠리' 카카(32·AC밀란) 등 베테랑들이 모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정도다.
여기에 스타 의식에 젖었을 선수들을 2002월드컵에 이은 12년 만의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올인하게 만드는 '명장'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66)라는 우수한 지도자까지 한 마디로 '세계 최강'이다.
게다가 개최국이라는 초강력 핵탄두까지 장착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종합우승으로 재확인됐듯이 홈 어드밴티지를 무시할 수 없다. 편파 판정도 필요 없다. 적응이 필요한 기후와 열광적인 응원으로 우승 준비는 마쳤다.
◇스페인 "FIFA 세계랭킹이 숫자에 불과하다고? 웃기시네"
스페인은 2010남아공월드컵 우승을 일군 비센테 델 보스케(64) 감독의 지휘 아래 그동안 이탈리아(1934·1938년)와 브라질(1958·1962년)에만 허락됐던 월드컵 2연패 달성을 노린다. 동시에 유로 2008·2010월드컵, 유럽축구연맹(UEFA) 선수권(유로)2012까지 묶어 메이저대회 4연속 우승까지 꿈꾸고 있다.
가능성은 높다. 2011년 9월부터 29개월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고수하는 것이 그 근거다. 또한 지난해 자국의 프로리그인 프리메라리가가 UEFA의 국가 리그 순위에서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를 밀어내고 6년 만에 1위에 복귀했다. 최고의 리그를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정상 수준의 축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용병들이 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잉글랜드 만큼은 아니다. 사비 에르난데스(34)·안드레스 이니에스타(30)·세스크 파브레가스(27·이상 바르셀로나)·사비 알론소(33·레알 마드리드) 등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미드필더들, 바로 스페인대표팀의 미드필더들이 뛰는 곳이 바로 라 리가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일으킨 '티키타카(패스 축구)'도 아직 건재하다. 물론 지난해 7월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13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에 0-3 완패해 우승컵을 남겨놓고 돌아왔다. 이로 인해 공식경기 연속 무패 기록도 '29'에서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스페인으로서는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7만3000여 브라질 관중의 천둥 같은 응원, 월드컵 기간의 무더위, 무엇보다 티키타카의 호적수로 주목받는 '게겐 프레싱(재압박)'의 강력한 위력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아니 '무적함대'가 침몰했다는 충격이 선수들을 더욱 절치부심하게 만들었을테니 그게 더 큰 성과일지도 모른다.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다비드 비야(33·)로 대표되는 막강 화력에 브라질로부터 귀화한 '스페인의 안현수' 디에고 코스타(26·이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가세하면서 공격력이 극대화됐다.
◇독일 이번에는 우승 갈증 해소할까
독일은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축구를 구사한다. 통산 3회(1954·1974·1990년) 우승으로 브라질과 이탈리아(총 4회)에 이어 세 번째로 월드컵 우승 횟수가 많다.
그러나 199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은 2002월드컵 준우승일 정도로 긑래 들어 우승은 커녕 결승전과도 인연이 없었다. 안방에서 열린 2006월드컵과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3위에 머물렀다. 유럽선수권에서도 1996년 우승 이후 2008년 준우승, 2012년 4위가 전부다. 2006월드컵 직후 사령탑에 오른 요아힘 뢰브(54)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그같은 아쉬움을 덜어내려고 한다.
분위기는 좋다. 독일은 스페인에 이어 FIFA 랭킹 2위를 달리고 있고,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지난 2011년 이후 UEFA 국가리그 순위에서 이탈리아의 세리에A를 밀어내고 3위를 지키는 중이다.
게다가 2012~2013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놓고 경쟁한 팀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다른 빅리그의 정상급 팀들을 모두 무너뜨린 분데스리가 1, 2위 팀이 맞붙은 '집안 싸움'이었던 셈이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리그를 보유한다는 것은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데스리가는 또한 자국 선수 비중이 높다. 그만큼 선수를 키워낼 토양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3~2014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1군 스쿼드 27명 중 유스 팀 출신이 10명에 달한다. 유스팀 선수 중 상당수는 독일의 축구 꿈나무들이다.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9)·메수트 외질(29)·페어 메르테자커(30·이상 잉글랜드 아스날)·안드레 쉬를레(24·첼시)·마르코 로이스(25·도르트문트)·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마리오 괴체(22)·필립 람(31)·제롬 보아텡(26)·마누엘 노이어(27·이상 바이에른 뮌헨) 등 공수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더욱이 상당수가 분데스리가에서 압도적 1위(21승2무0패·승점 65)를 질주 중인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어서 손발을 따로 맞출 필요도 별로 없는 것 또한 강점이다.
◇아르헨티나 "펠레님 감사합니다. 우리를 우승후보로 안 꼽으시다니요."
브라질의 펠레가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으로 보여지는 남미의 라이벌 아르헨티나.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를 앞세워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54)의 주도로 1986멕시코월드컵에서 거머쥐었던 우승의 영광을 28년 만에 재현하려고 한다. 1978년월드컵까지 더하면 통산 3회 우승 도전이다.
공격의 핵은 역시 메시다. 마침 애칭도 '제2의 마라도나'이고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일컬어지기도 해 영광 재현이 임박한 것처럼 보인다.
메시로서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에 패해 8강에 탈락한 한을 풀고 싶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 부상 여파로 리그에서 크게 활약을 하지 못한 탓에 6년 만에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 머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에게 내줬던 'FIFA발롱도르' 탈환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UEFA챔피언스리그 못잖게 월드컵에서의 대활약이 절실하다.
상황은 좋다. 이제는 '허풍의 신'이 된 마라도나 대신 알레한드로 사베야(60)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마라도나가 외면했던 실력파들을 대거 영입해 대표팀도 탄탄해졌다. 메시 외에도 곤살로 이과인(27·이탈리아 나폴리)·세르히오 아구에로(26·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로드리고 팔라시오(32·이탈리아 인터 밀란)·카를로스 테베스(30·이탈리아 유벤투스)·앙헬 디 마리아(26·스페인 레알 마드리드)·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FC바르셀로나) 등이 포진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이 개최국 시드로 본선에 직행하기는 했으나 강팀들이 즐비한 남미 지역 예선에서 승점 32점(9승5무1패)으로 여유있게 1위에 올라 본선행을 확정했다.
◇'죽음의 조' 우승 후보 발목 잡을까
다만 이들 중 그나마 무난한 조 편성을 받은 국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란·나이지리아 등과 함께 F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뿐이다. 스페인은 2010남아공월드컵 준우승의 한풀이에 나선 네덜란드를 비롯해 남미의 강호 칠레와 호주 등과 B조에, 독일은 호날두의 포르투갈·본선에 유독 강한 미국·가나 등과 함께 G조에 속했다. '죽음의 조'다. 브라질은 크로아티아·멕시코·카메룬 등과 A조에 포함됐다. 죽음의 조는 아니지만 자칫 뜻하지 않게 '한 방'을 먹을 수도 있다. 그 한 방 때문에 A조 2위로 16강에 올라 B조 1위가 유력한 스페인을 만난다면 '미리 보는 결승전'이 치러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펠레가 아르헨티나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는 예측도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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