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바위 속에 숨겨놓은 알 몇 개의 흔적만 들켰구나. 일억 년 전 내가 술래였을 때, 찾지 못한 어미 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가 알만 몇 개 낳고 사라졌구나. 내가 술래 되어 ‘꼭꼭 숨어라, 발가락이 보인다’를 외쳐온 일억 년의 세월이, 바다가 보이는 코리아의 거대한 바위 속에 알 몇 개만 낳아 놓고 어디로 가 무슨 꿈을 꾸며 숨어 있는가. 2014년 햇살 따뜻한 봄날, 노랗게 핀 개나리가 그리워 찾아 헤매던 날, 일억 년은 화석이 된 채 깨어진 알 몇 개의 흔적으로만 남았구나. 사라진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여, 다시 알에서 깨어나와 술래에게 일억 년 전 네 모습을 보여 다오. 너에게 일억 년은 찾지 못할 아득한 세월이지만, 나에게 일억 년은 지금 여기 소용돌이치고 있는 ‘한 순간’에 불과하구나. 숨어 있는 어미 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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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화가 박종성 |
지금 이 시의 화자는 코리아라는 작은 나라의 바닷가에서 발견된 공룡알의 화석을 보며, 아득한 그 시간 동안 찾지 못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를 찾으려고 일억 년 동안 헤매는 술래가 되었다. 그가 일억 년 동안 찾으려고 애써 온 것은 무엇일까. ‘일억 년’은 계량할 수 없는 ‘아득한 세월’이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고 있는 ‘한 순간’에 불과하기도 하다. 인간의 생각에 따라 바뀌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속에 우리는 전혀 체험해 보지 못한 먼 시공간을 순식간에 체험하기도 하고, 거대한 생명의 꿈, 실현할 수 없는 이데아의 꿈을 일생 동안 아니, 대대로 물려받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 꿈을 우리에게 다시 꾸게 해주는 ‘알 몇 개’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꿈은 ‘2014년 햇살 따뜻한 봄날’을 넘어서 인류가 존속되는 한 영원히 지속되며 우리의 영혼을 남루한 현실로부터 들어올려 고양해줄 것이다.
이혜선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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