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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고 제사 지냈는데” 60여년 만에 감격의 재회

입력 : 2014-02-23 19:45:10 수정 : 2014-02-24 09: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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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금강산서 2차 이산상봉 22일 오전 9시 금강산호텔에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작별상봉’ 행사가 끝나고도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자리를 뜨지 못했다. 60여년의 기다림 끝에 주어진 2박3일은 너무 짧았다. 이산가족들은 곳곳에서 통곡하며 생이별의 아픔을 눈물로 쏟아냈다.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가 이날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남측 2차상봉단 357명은 23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북측 이산가족 상봉신청자 88명과 재회했다.

◆2차상봉 개시…죽은 줄 알았던 북측 혈육과의 재회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는데…살아있어 고맙다.”

남측 최고령자인 이오순(94·여)씨는 상봉장으로 들어오는 북측 남동생 조원제(83)씨를 한눈에 알아봤다. 호적이 잘못돼 이씨가 된 누나는 동생의 손을 잡고, “살아있어 고맙다”며 오열했다. 동생도 “누님, 누님, 우리 누님, 이게 얼마 만이오. 난 누님이 안 계실 줄 알았소, 누님”이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누나는 동생이 전쟁 통에 죽은 줄 알고 오래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6·25전쟁 때 젖먹이였던 남궁봉자(61·여)씨는 북쪽의 아버지 남궁렬(87)씨를 만났다. 60여년 만에 해후한 부녀는 소리내어 울었다. 한 살 때 헤어진 딸에게 아버지는 미안했고, 딸은 제사까지 지냈던 아버지가 낯설었다. 한동안 부녀는 아무 말 없이 손만 잡고 있었다. 60년간 쌓인 둘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딸이 먼저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을 건네자 아버지도 비로소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아버지를 많이 기다렸다고 딸이 전하자, 아버지는 “나에게는 과분한 사람이었다. 이번에 만날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바다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첫째날인 23일 북한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조도순씨(오른쪽)가 북한에 살고 있는 오빠 조원제(83)씨를 붙잡고 흐느끼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북쪽의 김봉기(81)씨를 만난 동생 연주(79)씨는 형이 6·25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가서 죽은 것으로 알았다. “형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제사를 지냈다”고 동생이 울먹이자 형은 “몇십 년이나 (산 사람의) 제사를 지내다니 이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며 탄식했다. 북쪽의 상봉 대상자 오원근(81)씨도 남쪽 가족들에겐 죽은 사람이었다. 원근씨의 여동생 정분(73)씨는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오빠 원근씨를 보고는 “그때 작은 집에 간다고 그랬는데 왜 안 들어왔느냐”며 “오빠 죽은 줄 알고 사망신고를 했는데 작년 9월에 연락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북측의 언니 홍석순(80)씨를 만난 명자(65)씨는 “전쟁 당시 19살이던 언니는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간 약혼자를 따라 북한으로 갔다. 언니 생사를 찾다 무당들에게까지 물어보니 언니가 죽었다고 해서 영혼결혼까지 치러줬는데 살아있다니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동생은 언니의 모습을 한 장이라도 더 담아가려는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한편 2차 이산가족 상봉 풀취재단의 기자 중 한 명이 북측 세관원에 의해 입국이 거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해당 기자가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수속을 받던 중 노트북에서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법 파일이 발견돼 입국을 거부당했다. 입국을 두고 약 1시간20분의 실랑이 끝에 해당 기자는 남측 CIQ에서 대기를 했다. 해당 기자는 남측 CIQ에서 대기하다 오후 10시15분쯤 남북 간 협의에 따라 취재단에 합류했다.

“언제 다시 만나나” 남북이산가족 1차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1차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민재각(96·위)씨가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뒤 귀환 버스에 올라 차창을 사이에 두고 북한 며느리 류연숙씨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또 언제 만날지”…눈물바다 된 1차상봉단의 작별행사


앞서 납북어부 박양수(58)씨의 동생 양곤(52)씨는 22일 1차상봉단 작별상봉에서 “형님 건강하십시오”라면서 아들 종원(17)군과 함께 형에게 큰절을 하며 오열했다. 양곤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과)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통일이 되면 만난다. 같이 살 수도 있고… 믿음을 가지라”며 동생을 진정시키던 양수씨도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동생을 얼싸안았다. 동생 금옥(72·여)·금녀(92·여)씨를 만난 주명순(93)씨는 “우리 또 만날 수 있다. 죽으면 안 돼. 난 안 죽어, 죽지 못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주씨는 60여년 만에 만난 동생들의 목소리를 행여나 잊을까 녹음기를 가져와 북녘 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상봉 행사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던 이명호(82)씨도 이날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씨는 동생 철호(78)·경옥(76·여)씨와 조카 학남(35)씨와 작별인사를 나누며 “내 안 울려고 했는데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하라”며 울먹였다. 이명호씨는 남측으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북측 가족을 향해 손과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였다. 어리둥절해하던 북측 가족들은 “사랑한다는 의미”라는 주변 설명에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김예진·김선영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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