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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바라보지 못해서…눈물만 흘린 아버지

입력 : 2014-02-23 18:13:04 수정 : 2014-02-23 18: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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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줄만 알았던 가족들과 감격스런 상봉 이어져 한 살 젖먹이였던 딸을 6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는 미안함 때문인지, 낯섦 때문인지 차마 딸을 바라보지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의 '단체상봉'이 이뤄진 23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남쪽에 두고 온 딸 봉자(61)씨와 60여 년 만에 해후한 북쪽의 아버지 남궁렬(87)씨는 딸을 껴안고 소리 내 울었다.

부녀가 헤어졌을 때 봉자씨는 한 살이었다. 그래서 봉자씨는 아버지 얼굴조차 기억이 없었다. 6·25 전쟁통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며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겼다는 이야기만 전해들었다. 갑자기 아들이 사라진 뒤 봉자씨의 조부모는 3∼5년을 애태우며 기다리다 화병으로 차례로 세상을 떴다. 봉자씨는 아버지가 죽은 줄로만 알고 그동안 제사를 지내왔다.

아버지도 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봉자씨가 아버지에게 "저 알아보시겠어요?"라고 묻자 그는 "못 알아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너희 엄마는?"이라며 딸과 함께 남쪽에 남겨둔 아내의 안부를 물었다. 5년 전 숨졌다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아버지는 북쪽에서 재혼해 낳은 아들 성철(57)씨와 함께 왔다.

아버지는 60여 년 만에 만난 딸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계속 딸과 함께 온 조카들에게만 말을 걸었다. 봉자씨는 그런 아버지 옆에서 그의 손을 잡은 채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전쟁통에 소식이 끊겨 죽은 줄 알았던 형제·자매들의 감격스런 만남도 이어졌다.

남측 최고령자 이오순(94) 할머니는 상봉장으로 들어오는 북측 동생 조원제(83) 할아버지를 한눈에 알아봤다. 이 할머니는 어릴 적 아버지가 호적 등록을 해주지 않아 결혼할 때 다른 사람의 호적에 이름을 올리면서 성이 이씨가 됐다.

이 할머니는 동생의 손을 부여잡고 "고맙다. 고맙다"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동생도 "누님, 누님, 우리 누님, 이게 얼마 만이오. 나는 누님이 안 계실 줄 알았소. 누님"이라고 끝없이 '누님'을 부르며 울었다. 이 할머니는 전쟁통에 나간 동생이 죽은 줄 알고 오래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북쪽의 리종성(85) 할아버지와 남쪽 동생 종신(74)·영자(71·여)씨 삼남매도 얼굴을 보자마자 얼싸안고 목놓아 울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리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죽은 줄로만 알고 묘비까지 세웠다.

종신 씨는 "형님을 보니 꿈만 같다"라며 엎드려 절을 했다. 영자씨는 "너무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고는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북측 최고령자 김휘영(88) 할아버지를 마주한 여동생 종규(80)·화규(74)·복규(65) 씨도 너나없이 "아이고, 오빠"를 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애통한 눈물을 흘렸다.

김 할아버지는 '나의 살던 고향은'의 가사가 적힌 북쪽 가족사진을 동생들에게 보여주며 항상 사진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는 말로 오랜 시간 안고 산 그리움을 전했다.

또다른 북측 최고령자인 박종성(88) 할아버지도 여동생 3명과 재회했다. 여동생은 오빠가 상봉장에 입장하자 아이처럼 오빠에게로 달려가 끌어안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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