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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다녀오니 눈 감으면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려…

입력 : 2014-02-20 15:46:43 수정 : 2014-02-21 0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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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린 오리와 닭 등을 ‘학살’하는데 동원된 충북 지역 공무원들이 후유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진천군청에는 공무원 노조가 내건 대자보까지 등장했다.

20일 진천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청사 내부에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거진천에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노조는 대자보에서 “멀쩡한 동물학살에 동원돼 후유증과 트라우마 증상이 있어도 말하기를 꺼렸던 공무원들은 이제 할 말을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언제든지 살육현장에 달려가 (오리와 닭을) 학살한 뒤 돌아와 밀린 업무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감기기운이 있으면 혹시라도 자신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충북 음성군의 공무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살처분현장에 3번이나 다녀온 한 공무원은 “밤에 혼자 있으면 끔찍한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며 “‘꽥꽥’하는 비명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처분 경험을 하다 보니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재 충북 재난심리지원센터는 살처분 후유증을 앓는 공무원에 대해 정신상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충북 음성과 진천 지역에서는 닭과 오리 등 96만마리가 살처분됐고, 오는 22일까지 34만마리 추가 살처분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동원된 공무원은 1270여명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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