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성춘의세금이야기] 사해행위로 걸리는 체납자는 누구

관련이슈 고성춘의 세금이야기

입력 : 2014-02-18 21:56:04 수정 : 2014-02-18 23:45: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나라경제가 좋지 않으면 가장이혼이 증가한다. 소시민의 경우 체납자가 되면 대부분 유일한 보금자리인 집만은 지키고 싶은 마음에 이혼을 가장해 배우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본능이 생기게 마련이다. 세금이라는 게 현재 소득이 없어도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세금은 내야 하는 것이고, 국세청은 납세자의 사정을 일일이 헤아려 주지 않는다. 그러니 사업이 의욕적으로 되지 않아 세금 낼 돈이 부족해 졸지에 체납자가 돼버리면 국세청은 즉시 징수절차에 들어가 공부상 나타나는 체납자 명의의 모든 재산을 압류하고, 만일 사전에 재산을 빼돌렸다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재산을 환수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실상 세금이 무서운 이유는 과세 처분이 아니라 이러한 칼 같은 징수절차 때문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면서 부가가치세 5000만원을 체납하게 되자 부가가치세 신고납부일 한 달 전쯤 그의 유일한 재산인 가족들이 사는 아파트 한 채를 아내에게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당시 시가는 약 2억7000만원이었다. 갑은 도박과 부정행위 등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7년여 동안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처자식이 살 집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갑은 아내와 협의이혼을 하고 아내가 아파트에 설정된 자신의 근저당채무 1억4000만원을 인수해 그 대출금 이자로 매월 70만원을 변제하기로 하고 소유권을 이전했다. 그러자 국세청은 갑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아내에게 증여한 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또 아내는 남편의 이러한 사해의사를 알고도 증여받은 것이므로 아파트에 대한 증여계약은 사해행위로서 취소돼야 한다며 아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갑과 아내는 실질적으로 이혼한 바 없고, 다만 대한민국의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서로 공모해 가장이혼한 것으로 봤다. 그래서 아파트 증여계약은 사해행위로서 취소돼야 하며, 소유권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국세청은 주장했다. 그러나 아내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및 위자료로 지급받은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고 사해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금을 빼돌리기 위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내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시가에서 아내가 인수한 근저당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 가액 1억3000만원 정도는 위자료를 포함한 재산분할로 아내에게 인정될 수 있는 이익의 상당한 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즉 아내가 남편의 근저당채무를 인수해 그 대출금 이자를 매월 변제하고 있고, 아내가 친정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사업자금 일부를 보태 재산형성에 상당 부분 기여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이혼했다는 국세청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혼인생활이 이미 파탄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는 납세자가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이지만 실제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하면 납세자가 이기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고액 체납자에게는 별 효용이 없다. 고액 체납자는 미리 재산을 빼돌려 놓기 때문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