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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염한 40대, 그녀들의 솔직한 섹스라이프

입력 : 2014-02-13 21:41:05 수정 : 2014-02-13 22: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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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법칙’ 리뷰 ‘왜 40대 여자들은 사랑을 추억 속에 고이 접어 넣고, 누구의 엄마로만 살아갈까?’

‘관능의 법칙’은 이 같은 의문에서 탄생했다.

“어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젊고 나름 예쁜데, 이제 40대에게는 사랑이 어울리지 않은 단어가 된 걸까요? 그들도 속내는 보들보들한 여자이고, 꿈도 있고 사랑도 있는데. 나이 좀 들었다 한들 누군가의 열정과 로맨스의 대상이 되고 싶은 건 마찬가지일 것이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그럴 테고. … 추억만 곱씹지 말고, 지금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 상대가 남편이든 애인이든.”

그래서 작가 이수아는 40대 여자들이 뜨겁게 사랑하며 사는 이야기 ‘관능의 법칙’을 썼다.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권칠인 감독이 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싱글즈’(2003) ‘뜨거운 것이 좋아’(2008) 등 꾸준히 여심을 탐구해온 권 감독의 발랄한 중년 로맨스다.

여기에 충무로 흥행 여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믿고 보는 여배우’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가 엮어내는 후끈한 로맨스가 영동지역 폭설 소식에 놀란 관객의 마음을 녹여낸다. ‘해운대’ ‘댄싱퀸’을 비롯해 최근 ‘몽타주’까지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흥행퀸으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엄정화,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무한 신뢰를 선사하며 연기파 배우로 확고한 입지를 쌓은 것은 물론, 최근 ‘스파이’에 얼굴을 내밀고 코믹 연기의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한 문소리, ‘피에타’로 7년 만에 복귀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조민수 등 세 여배우의 시너지 효과는 명성에 걸맞은 3인3색의 매력을 발산하며 앙상블을 이룬다.

꽃보다 화려하게 만개하는 절정의 40대, 지금이 어느 때보다 제일 잘 나간다고 믿는 세 여자가 있다. 임신한 딸(전혜진)을 둔 싱글맘 해영(조민수)은 목수 애인(이경영) 앞에 여전히 수줍은 소녀 같다. 베테랑 방송 PD 신혜(엄정화)는 20대 ‘훈남’(이재윤)의 애정공세에 항복하고 미연(문소리)은 남편(이성민)과 뜨거운 밤을 위해 코스프레도 불사한다. 20∼30대만큼이나 불 같은 로맨스를 꿈꾸는 40대 여성의 판타지가 한껏 묻어난다. 구질구질한 일상은 위트 있는 대사로 오히려 유쾌함을 더하고 주인공들의 섹스 라이프 또한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관능의 법칙’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나름의 상처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잘나가고 싶고, 누구보다 뜨겁게 불타오르고 싶은 40대 여성들의 열망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40대의 처지를 마냥 모르는 것은 아니다. 욕망 앞에 당당하던 세 여인은 신혜가 추문에 휩싸이고, 미연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해영에게 시련이 닥치면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신혜는 조카벌 애인에게 말한다. “네 나이에 하는 것들, 내게는 유치해.… 남자랑 하는 것두 재미 없구.”

바람 현장을 잡은 미연이 남편에게 묻는다. “나하구는 안 되고, 그 여자하구는 돼?”

대장암에 걸린 해영이 두 여자들에게 말한다. “하긴, 우리 나이가 오르가슴보다는 암이 어울리는 나이이긴 하지.”

하지만 셋은 40대 여자가 가진 ‘필살기’ 또한 잘 알고 있다.

“우아하지, 농염하지, 치명적이지. …하하하.”

이들 가운데 맏언니 격인 해영이 딸을 시집 보내고 난 뒤 애인 몰래 투병하며 감내하는 시련의 드라마는 가슴을 후빈다. 조민수와 이경영이 펼치는 후반부 가슴 아픈 러브신은 ‘가장 로맨틱한 장면’의 하나로 남을 듯싶다.

영화의 장점은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40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심리와 삶을 묘사하는 데 있어 남다른 연출력을 과시해온 권 감독은 40대 여성들의 현실적 공감과 로망을 스크린에 밀도 있게 담아낸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이고 아내이기 전에 여자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그녀들의 소망을 묘사한, 이 땅의 중년들에게 공감과 응원을 안겨주는 선물 같은 영화다. 더 젊은 세대에겐 엄마와 언니 세대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제공한다.

100세 시대, 이제 40대는 인생의 후반전이 아닌 인생을 한창 꽃피울, 절정의 시기로 거듭나고 있다.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속’ 이야기를 과감하게 털어놓는 세 여자들의 모습에서 여성 관객들은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남성 관객이라면 애인과 아내, 엄마의 모습을 찾을 듯싶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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