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제거·부지매입비 등 예산 확보… 사업추진 ‘가속도’
박근혜정부의 역점 추진 과제인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DMZ 평화공원 사업 추진을 새해 주요 업무로 보고한 통일부는 연내 적절한 시기에 DMZ 세계평화공원 건립을 북한에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DMZ 세계평화공원은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었던 DMZ를 신뢰와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를 보여준다. DMZ 세계평화공원은 남북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으나 북한의 호응 여부가 난제로 남아 있다.

통일부는 총 사업비 2501억원을 들여 2014년 공사를 시작해 2016년에는 공원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지뢰제거비와 토지매입비 등 402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국회는 100억원을 삭감했다. 당장 올해부터 DMZ 평화공원 사업이 추진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렇지만 통일부는 연내 착수를 목표로 뛰고 있다. 통일부 산하인 통일연구원은 최근 DMZ 평화공원 3단계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는 1단계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기구인 DMZ 세계평화공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수의 후보지를 정해 북한의 호응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끌어내도록 했다. 추진위원회는 통일부가 주도하기로 했다. DMZ 국정과제의 주무부처가 통일부이고, DMZ 평화공원의 핵심 목표가 남북 간 신뢰회복과 관계개선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2015년에는 추진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예산 확보를 위한 준비를 확대하기로 했다. 남북협력기금 등은 물론 국내외 공감대 확산을 위해 성금모금운동도 추진하게 된다. 또한 추진위원회에서 확정된 복수의 소재지안을 중심으로 남북한, 미국, 중국, 유엔 간에 소재지 확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이 단계부터는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 2016∼2017년에는 소재지를 확정하고 DMZ 평화공원 공사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DMZ 세계평화공원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이 필요하다. 또한 DMZ 평화공원의 규모 및 형태, 공원 내 조성될 시설물, 접근로 등에 관한 합의도 이뤄진다. 북한의 협조로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DMZ 세계평화공원과 접한 남북한 접경지역의 자연·생태·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는 복합관광도 가능해진다.

DMZ 평화공원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북한이 난색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적 측면에서 남북 양측에 부담이 될 수 있고, 환경·생태·문화적으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통일연구원은 DMZ 평화공원의 모습을 직경 1㎞의 ‘원형’이나 가로·세로 1㎞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판문점의 약 2배 면적이 되게 조성하되 군사분계선(MDL)이 가운데를 지나도록 하고 남북 양측이 공원에 이르는 통로를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픽 참조) DMZ 평화공원 조성을 통해 남북 양측이 신뢰감을 회복한다면 DMZ의 비무장화를 통한 평화적 이용의 범위를 주변 DMZ 지역으로 넓혀갈 수도 있다. 소재지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평화의 가치를 새기고 염원할 수 있는 지역에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방문이 어렵고 상징성만 가지게 해서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지로는 파주, 연천, 철원, 양구, 고성 등 5개 지역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군사, 경제, 문화, 환경 면에서 분석한 결과 고성, 철원, 파주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파주와 고성의 경우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돼 있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철원은 문화적 측면과 향후 발전 가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한 DMZ 평화공원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경우 복수의 DMZ 평화공원을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그동안 DMZ 공원 조성 방안에 대해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 ‘분열을 영구화하고 그곳을 평화의 허울을 쓴 대결 지역으로 악용하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하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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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들어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남북대치의 최전선인 이곳이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다만 DMZ 공원 조성 사업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그 진전 여부와 속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령부가 관할하는 곳인 만큼 국제 협력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후보지 선정 문제도 간단치 않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DMZ 공원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일찌감치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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