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니어 시절부터 맞수였던 두 선수 중 먼저 앞질러 나간 이는 아사다 마오였다.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와 처음 맞붙은 2004년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김연아는 같은 대회 정상에 올랐고 2006년 3월 ISU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도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우승했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와 함께 타면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많다"는 김연아는 그해 12월 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1위에 올랐다.
두 선수의 승부가 갈린 시점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첫 격돌했던 4년 전 결과는 김연아의 압승이었다.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합계 228.56점으로 금메달은 물론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사상 역대 최고점이었다. 믿기지 않은 점수를 따낸 김연아의 이때 점수는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당시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에 23.06점 뒤진 합계 205.50점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는 약 2년간 숨고르기를 한 뒤 2013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 2연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연아가 여유 있게 우승한 반면 아사다 마오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를 여러 번 저질러 3위에 그쳤다. 당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점수차는 21.84점이었다. 3년 전 밴쿠버에서와 같이 20점이 훌쩍 넘는 격차였다.
피할 수 없는 맞수로 대결을 펼쳐온 두 선수는 모두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제대회에서 두 선수가 선보인 기량은 유종의 미를 향한 그들의 멈추지 않는 은빛 날갯짓을 잘 보여줬다. 대회의 위상과 환경이 다르긴 했지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비슷한 시기에 열린 두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소치 올림픽 직전 각자의 컨디션을 비교할 수 있었다.
먼저 아사다 마오가 2013-2014 시즌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합계 204.02점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바로 다음날 김연아는 제46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에서 합계 204.49점을 받아 정상을 차지했다. 아사다 마오보다 0.47점 높은 점수였다. 공교롭게도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73.37점을 받아 아사다 마오가 보유한 이번 시즌 여자싱글쇼트 프로그램 최고 기록(73.18점)을 0.19점 차로 뛰어넘었다.
지난해 9월 오른쪽 발등뼈 부분을 다친 김연아는 컨디션을 계속해서 끌어올리며 자그레브 대회에 이어 지난 1월 국내에서 열린 전국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가뿐히 우승했다. 이때 쇼트 프로그램에서 받은 점수(80.60점)는 자신이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역대 최고점(78.50점)을 넘는 비공인 세계신기록이었다.
아사다 마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 11월 4차대회에서 정상을 밟은 데 이어 왕중왕전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쾌조의 상태를 자랑했다.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에서는 합계 207.59점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지난해 12월말 열린 일본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주무기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는 등 몇 번의 실수로 종합 3위(합계 199.50점)에 그치는 기복을 보이기도 했다.
소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김연아의 승리를 높게 점쳤다. 래드브록스는 7일 오후 5시 기준 김연아의 우승 배당률을 아사다 마오의 2.5보다 낮은 0.8로 내다봤다. 김연아의 우승 확률을 3배 넘게 점친다는 의미다. '피겨 여제' 김연아에게 거는 대중의 높은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1984·1988년 챔피언인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가 그랬듯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절치부심한 아사다 마오가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한을 드디어 풀게 될까.
결전지인 러시아 소치에는 아사다 마오가 먼저 도착해 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일정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는 12일 결전지로 떠날 맞수 김연아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이들의 명승부는 2주 후인 20일(쇼트 프로그램)과 21일(프리스케이팅) 0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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