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정화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 언니는 삶 자체가 너무 멋진 여자에요. 무대에서 음악적인 것 말고도 한 여자로서 멋지고 세련된 분이죠. 엄정화 선배님처럼 외롭더라도 멋있게 사는 삶을 동경해요."
4인조 여자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 세번째 솔로 미니앨범으로 돌아왔다. 사랑할수록 불안함을 느끼며 연인에게 욕을 하고(선공개곡 'Fxxk U'(피처링. 범키)),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비웃는(타이틀곡 '진실 혹은 대담') 27살의 '쿨한'(멋진) 가인을 만났다.
"함께 작업한 이효리 선배님도 행복해 보이셔서 저도 행복하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용기도 없고 그럴 성격도 아니에요. 제2의 엄정화나 이효리도 될 순 없어요. 그 분들의 아우라는 희로애락을 확실히 느낀 삶에서 나오거든요. 지금은 소속사 관리나 누리꾼 눈치도 있고 자기 삶이 없잖아요. 저만 해도 그런 게 상당히 있진 않아요."
'피어나'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돌아온 가인은 아예 배우 주지훈과 연기한 19세 미만 관람불가 'Fxxk U' 뮤직비디오로 섹시 여가수들이 넘치는 가요계에 강한 한방을 날렸다. 가인 나이 때의 브라운아이드걸스 '언니들'(제아·나르샤·미료)이 기존 걸그룹과는 차원이 다른 성숙미를 뽐냈듯 말이다. 대신 스타일링, 안무, 음악적으로 많은 걸 덜어냈다.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많이 덜어냈어요. 스타일링도 그렇고 안무에서도 1차원적으로 섹시함을 강조한 부분은 빼버렸어요. 음반 수록곡들의 리듬도 최소화했어요. 지금까지 작업하신 분들이 악기를 많이 쓰시고 소리를 꽉꽉 메웠다면 이번엔 중요한 것만 들리게 했어요. 가사가 좀 더 들렸으면 했죠. 가사의 극적인 느낌이 세다 보니까 악기들도 많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가인이 덜어내려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인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문을 소재로 삼은 타이틀곡 '진실 혹은 대담'에서 떠도는 이야기의 거품을 걷어내자고 노래했다. "눈 앞에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뒤에선 참 말이 많아.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 있겠어요. 그 정도였겠어. 못 오를 나무 아래 겁쟁이들의 외침 떠들어라. 맘껏"이라고 말이다.
"제가 사실은 연예인으로서 소문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직업상 항상 말들은 많잖아요. 그것에 일일이 사람들을 붙잡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25살이 넘으면서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지 않는 성격으로 변했어요. 김이나 작사가님이 그걸 보시고 '진실 혹은 대담'의 가사를 쓰신 것 같아요. 제 주변의 또래 친구들에게 노래 속 상황과 같은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녀 사이에서 여자가 끼를 부렸다고 남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 진짜 여자가 여우인 건지……."
가인은 진실과 거짓으로 딱 나눠 떨어지지 않는 그 사이를 뮤직비디오로 표현했다. 예고 영상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를 비롯해 가수 아이유, 윤종신, 조권, 조형우, 대만 톱가수 나지상, 작곡가 이민수, 영화평론가 허지웅 등 가인의 지인들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가인에 관한 허구인지 사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음반에 힘을 보탠 면면도 화려하다. 작곡가 이민수, G.고릴라와 작사가 김이나부터 박진영, 이효리, 조권, 범키까지. 가인은 이들과 함께 '진실 혹은 대담'부터 '어 템포'까지 총 6곡을 신보에 담았다. 박진영은 조권이 피처링한 'Q&A', 이효리는 '블랙&화이트'의 작사·작곡을 맡았다.

"이번에는 피처링과 작곡을 연예인 분들과 같이 하고 싶었어요. 진영오빠랑도 친하고 여전히 조권과도 친하게 잘 지내요. 해외에서는 아직도 '우리 결혼했어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제가 하고 싶기도 했고 팬 분들이 반가워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함께 작업하자 했더니 권이가 바로 알겠다고 하더라구요. 'FxxK U'는 직설적인 노래라 범키오빠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어렵게 같이 하게 됐죠."
특히 가인의 '블랙&화이트'는 이효리의 첫 디렉팅 곡이다. 가인은 "언니도 나도 되게 떨려 했다"고 회상했다. 가인은 "(이효리가) 곡을 쓰신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 쪽에서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해주셨다"며 "호흡도 잘 맞았고 언니가 솔직하게 디렉팅도 잘 봐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룹 걸스데이, 레인보우블랙, AOA 등 섹시 콘셉트 열풍이 돌고 있는 지금 가요계에 홀로 복귀하는 가인의 소감은 어떨까. 가인은 "어린 친구들이 많아질수록 더 좋다. 다 어리고 다 쌍꺼풀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더 깎을 순 없으니 더 차별화되겠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어떤 음악이나 콘셉트에 따라 섹시하게 하는 게 이상하진 않아요. 섹시하게 나오는 친구들도 그렇게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 것들을 나쁘게 보진 않는 편이죠. 저 역시 섹시한 콘셉트만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다만 제가 엄정화 언니를 동경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저를 봐줬으면 해요. 멋있는 여자로 남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 노력하고 있구요. 전 '멋지다'라는 말이 좋아요. 자기 고집있고 멋진 여자가 되고 싶어요."
<뉴스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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