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운동가 이만희 대표, 평화협정 체결 성사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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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평화운동단체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 대표가 30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핀 40년 유혈분쟁을 종결한 평화협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최근 민간평화운동단체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83) 대표가 민다나오섬에서 분쟁 당사자들을 만나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귀국함으로써 이 지역 평화가 한층 밝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에 따르면 이 대표와 평화사절단은 지난 24일 가톨릭과 이슬람교의 종교 갈등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필리핀 민다나오섬을 방문해 지역 청소년들과 각 종교와 계파를 초월한 종교지도자 1000여 명과 함께 평화걷기운동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걷기운동 후 각 종교 대표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준비해 간 ‘평화 협정문’에 서명토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필리핀 최남단 제너럴 산토스 시내 한 호텔의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평화 협정식엔 가톨릭 대표자로 페르난도 카펠라(Fernando R. Capalla) 전 대주교, 이슬람교 대표자로 이스마엘 망구다다투(Esmael G. Mangudadatu)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구 마귄다나오 주지사가 참석했으며, 양측은 전쟁종식과 세계평화 협약에 합의했다.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협정이기는 하지만, 필리핀 정부가 민다나오섬의 이슬람자치권을 인정하고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점진적으로 무장을 해제한다는 평화협정의 마지막 부속문서에 합의하는 데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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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대표가 30일 오후 5시 취재진과 필리핀 교민 단체 HFCC와 United Phillipine Community 등 300여 명이 모인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환영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필리핀 교민단체 HFCC 지미 빌라포(Jamie Vilaflor) 대표, 이 대표, 김남희 세계여성그룹 대표. |
이 대표는 지난 달 30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번 평화협정은 개인을 넘어 한국의 위상을 높인 일”이라며 “한국인이 이룬 평화행보에 세계가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종교를 초월한 평화운동이 반세기 동안 피를 뿌리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라모스 필리핀 전 대통령께서는 ‘본인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민다나오섬의 분쟁조정 과정에서 종교 갈등이 주원인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각 종교계 대표들을 만나고자 노력했다”며 “그 결과 평화를 위해 종교가 하나 되자는 제안을 양측이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전한 뒤, “각국의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들이 평화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다나오섬의 끈질긴 종교 분쟁
필리핀 민다나오섬은 인구가 2000만명이며, 면적은 남한보다 조금 작다. 원래 필리핀 이슬람교도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미국 식민시절, 그리스도교를 믿는 필리핀인이 대거 이주해와 이슬람교도이던 원주민들은 오지 쪽으로 밀려났다. 이것이 오늘날 이슬람교도들과 그리스도교인들간 40년 종교 분쟁의 발단이 됐으며, 1970년대 초반 이후 17만 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동안 분쟁 종식을 위한 노력도 계속돼 왔다. 지난 2012년 10월 15일에도 필리핀 정부와 국내 최대 이슬람 반군단체 MILF가 아키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까지 완전한 평화협정을 이끌어낸다는 예비 평화협정에 서명했으며, 이슬람 여성들과 정부군 병사들이 함께 거리를 달리는 화합의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안된 지난해 9월 8일 무장반군이 장악한 필리핀 남부 삼보앙가 지역에서 정부군과 무슬림 반군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최소 158명이 숨졌다고 미국 CNN방송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영필리핀통신(PNA)에 따르면 사망자 중 125명은 MILF, 20명은 필리핀 군경, 13명은 지역 주민이었다.
#한국 종교단체가 분쟁 종식에 앞장
사단법인 종교평화국제사업단은 지난 2008년 7월 17∼20일 서울 소피텔앰버서더호텔에서 ‘갈등지역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아시아 종교인의 역할’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고 팽팽한 긴장 속에 내전을 이어가는 필리핀 민다나오를 비롯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종교 분쟁 지역의 평화로운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사무총장 김성곤)도 같은 해 10월 11∼16일 민다나오 지역 다바오시에서 ‘아시아종교청년지도자 세미나’를 열고 이 지역의 반군 무슬림 청년과 가톨릭 청년 등 100여 명이 참석하는 종교 간 대화를 시도한 바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한국회장 유경석)의 경우 1975년부터 필리핀 마닐라, 비자야, 민다나오 등 여러 지역에서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초종교합동결혼식을 통해 종교 평화 구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필리핀에서 초종교합동결혼식 동참한 사람이 4만 5000여 쌍에 이른다.
이만희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필리핀 지도자들도 풀지 못했던 민다나오섬의 오랜 분쟁 종식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톨릭 지도자와 이슬람 지도자 간 만남 자체가 평화를 위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평화협정으로 민다나오섬의 전쟁이 종식된다면 이 대표 역시 지구촌 평화를 위한 여정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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