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어 주차때 가장 유용, 시속 20㎞이하 주행때도 효율적
고급차 기본옵션으로 장착 추세, 자율주행시대 핵심적 역할 기대
“시속 20㎞까지는 주차든 골목길 주행이든 ○○○이 책임집니다.” 현대모비스 영상합성설계팀 이석주 책임연구원은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고급 세단은 물론 SUV에도 장착 비율이 늘고 있는 AVM의 선구자는 일본차업체들이다. 하지만 이젠 수입이든 국산이든 고급차량의 기본 옵션으로 인식될 정도로 보편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에 이전 K9 등에 탑재된 AVM보다 개선된 모델이 장착됐다는 얘기에 한달음에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를 찾아 AVM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007년 등장, 日 업체와 제휴하려다 직접개발
3일 업계에 따르면 AVM은 2007년 말 인피니티가 처음 양산했고, 이듬해 혼다가 두 번째였다. 현대모비스는 2011년 국내 최초로 그랜저HG 최상위모델에 AVM을 적용했고, K9에 이어 신형 제네시스에도 AVM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세계 3번째 양산업체가 되기까지 무려 3년이 더 걸렸다.
이 연구원은 이에 대해 “AVM 첫 양산 때 후방카메라만 보편화한 시점이었는데 일본업체랑 제휴하려다 보니 옵션가격이 너무 비쌌다”며 “결국 카메라 4개의 이미지를 받아 처리하는 반도체 칩을 따로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본·유럽에선 ‘각광’, 미국에선 ‘글쎄’
AVM의 기본 원리는 차량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에 장착된 4개의 190도짜리 광각렌즈가 받은 영상으로 차량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만드는 것. 모니터에 나타나는 대로 차량 위에서 카메라가 내리찍는 게 아니다.
현재는 주차보조 기능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사각지대가 없다 보니 주차면에 진입하거나 주차선을 맞출 때 유용하다. 비 오는 날 창문을 열고 주차할 필요도 없다. 후면 주차 시 뒤쪽에 아이나 동물이 있는지도 일러준다. 시속 20㎞ 이하로 도심의 좁은 골목길이나 시골의 논두렁 길을 지날 때에는 주행 보조기능으로도 효율적이다. 이렇다 보니 도로가 좁고 주차난이 심한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에서 인기다.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미국 운전자들은 아직 기능이 제한적인 AVM에 썩 후하지 않다.

신형 제네시스에 장착된 AVM은 화질이 향상된 모델이다. 카메라 이미지센서가 기존 30만화소에서 100만화소로 바뀌었고, 전자제어장치(ECU) 내에서 영상정보를 주고받을 때에도 고화질용 통신방식을 채택했다. LCD패널의 해상도도 향상됐고, 영상정보를 해석하는 속도도 개선됐다. 고화질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아직 100만화소인 이유는 카메라가 외부에 노출된 탓에 영하 20도 이하에서 구동이 느려지거나 화질이 깨질 우려가 커 고화질 센서 장착이 힘들기 때문이다.
다음달 말 출시하는 신형 쏘나타 등에 AVM이 포함될 수도 있다. 고급기능보다 기본기능을 쓰고 싶어하는 중소형 차량 운전자를 위한 중저가용 AVM도 개발하고 있다.
◆AVM의 미래…자율주행의 시작과 끝
AVM 역시 요즘 각광받는 다른 첨단기술들과 유사하게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과 맞닿아 있다. 전체 자율주행 구간 중 차량이 주차장을 드나들 때 최대 반경 5m가량을 살피는 AVM이나 초음파 기능이 쓰이고,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100m 이상을 내다보는 전방카메라가 맡고 있다. 여기다 주행 중 건널목을 지나는 사람의 형체나 도로로 튀어나오는 동물 등 장애물을 인지하고 차량 정지 등 후속조치를 하기 위해 AVM에 쓰이는 카메라가 ‘사람의 눈’을 대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복잡한 도심의 긴급한 상황에 차가 알아서 정지할 줄 알아야 자율주행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앞으로 카메라가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팀만 100명 넘어…에피소드
이처럼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에서 최단기간에 연구인력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게 영상분야다. AVM 등 주차용 기능을 개발하는 영상합성설계팀과 주행용 기능을 맡은 영상센서설계팀 연구인력을 합하면 이젠 100명이 넘는다. AVM을 처음 양산한 2011년에 비하면 세 배가량으로 는 것.
카메라 장착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다. AVM 특성상 4개의 카메라가 각 면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게 좋은데, 좌우 측 카메라의 경우 중간 기둥인 ‘B필러’가 제격이지만 장착할 곳이 없어 사이드미러에 달린다. 운전자가 접근하면 등이 켜지는 퍼들램프, 자동으로 접히기 위한 전동모터에다 카메라까지 달다 보니 사이드미러 가격이 크게 올랐다.
뒤쪽 카메라는 트렁크 스위치 쪽에 장착하는데 카메라가 많이 돌출될수록 화각이 넓어져 영상확보가 쉬운데, 디자인팀이 카메라 돌출을 용납하지 않아 몇 번이나 설계를 다시 했다. 앞쪽 카메라 장착도 쉽지는 않다. 인피니티나 혼다의 경우 엠블럼 형태상 카메라를 중앙에 달기 쉬운데, 흘림체인 현대차나 영문인 기아차의 경우 아예 엠블럼 위쪽에 장착할 수밖에 없다.
용인=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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