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는 무용수 두 명, 모형 기차, 손바닥만 한 소파, 물을 채운 수조, 카메라 몇 대와 여러 명의 스태프가 보인다. 뒤편으로는 거대한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두 무용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평생 단련해온 아름다운 몸이 아닌 두 손만으로 춤춘다. 그것도 상당수는 검지와 중지만 이용한다. 수조와 작은 기차에도 변화가 인다. 카메라는 이를 촬영해 스크린으로 보낸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미리 녹음한 내레이션이 입혀진다.
설명만 들으면 혼란스럽다. 잔뜩 기대하고 공연장에 앉았는데 무용수는 웬만한 시력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을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리고, 그걸 또 영상으로 본다? 게다가 모형 기차에 소파라니. 벨기에 부부가 만든 이 공연은 그러나 유럽 현지에서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마법에 걸린 듯한 몰입감’이라고 표현했고, 르몽드는 ‘공연과 영화를 능숙히 오가며 완벽한 즐거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이 공연은 2011년 초연 이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핀란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공연의 이름은 ‘키스 앤 크라이’.
벨기에의 자코 반 도마엘이 연출하고 미셸 안 드메이가 안무한 ‘키스 앤 크라이’가 국내에서도 공연된다. 내달 6∼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다. 남편인 자코 반 도마엘의 이름은 친숙하지 않지만 영화 ‘토토의 천국’(1991), ‘제 8요일’(1996)을 연출한 감독이라고 하면 바로 이해된다. ‘토토의 천국’은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제 8요일’은 칸 영화제 공동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부인인 안무가 드메이는 2006년 자신의 중요 작품을 모은 ‘신포니아 에로이카’를 발표해 전 세계에서 100회 이상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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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과 영화, 연극, 문학이 결합한 ‘키스 앤 크라이’는 한 여성이 평생에 걸쳐 사랑한 다셧 연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LG아트센터 제공 |
손가락 춤이라고 하면 낯설지만 실제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검지와 중지를 통해 여러 감정을 춤추고 연기한다. 세밀한 움직임을 통해 설렘, 두려움, 열정, 그리움이 흘러나온다. 기존에 공연한 영상을 보면, 두 손이 모였다 사라지고 네 개의 손가락이 우아한 남녀가 마주 보고 춤추듯 음악을 탄다. 수조 속에서는 잉크가 불규칙하게 퍼진다. 잉크는 우연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인생처럼 예상할 수 없지만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기차역 의자에는 노부인이 앉아 있다. 노부인을 스쳐간 기차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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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아트센터 제공 |
작품 이름인 ‘키스 앤 크라이’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곳이다. 울고 웃고 실망하고 기뻐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3만∼7만원. (02)2005-0114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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