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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에서 명절 선물로 탈바꿈한 ‘스팸’

입력 : 2014-01-29 11:24:18 수정 : 2014-01-29 1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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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제일제당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손에 들고 귀성길에 오르는 모습이다.

때문에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명절 선물세트들을 출시해 쇼핑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려 노력한다.

선물세트들 중에서 늘 판매 상위권에 오르는 품목이 있으니, 바로 ‘스팸’이다. 푸른색과 노란색 캔에 들어있는 햄고기인 스팸은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집안의 식품저장고에 보관되는 질 낮은 식품이지만 한국에선 ‘귀하신 몸’이다.

스팸은 1937년 미국 호멜(Hormel)식품에서 처음 출시했다. 햄과 다진 돼지고기를 섞어 캔에 담은 스팸은 대공황의 여파가 남아있던 1930년대 후반 미국 저소득층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1939년에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은 스팸을 전세계에 알리는 기폭제였다. 미군이 전투식량으로 스팸을 채택하면서 미군이 가는 모든 나라에 스팸이 전파됐다. 유럽은 물론 태평양의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스팸은 조리와 보관이 쉬운 음식으로 각광받았다.

우리나라에 스팸이 들어온 시기는 1950년대 6.25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미군 PX에서 암시장에 밀반출된 스팸은 한국인들이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고기였다. 때문에 부유층만이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때문에 스팸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져 스팸이나 소시지, 반쯤 먹다 버린 햄버거 고기, 베이컨 등을 모아서 식당에 팔기도 했다. 여기에 김치를 섞어 만든 찌개가 바로 ‘부대찌개’다. 햄이 주로 들어간 ‘존슨찌개’도 있는데 이는 1966년 방한해 미국의 경제원조를 약속한 린든 존슨 대통령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우리가 오늘날 흔히 보는 스팸의 모습은 1980년대 완성됐다. CJ(옛 제일제당)가 1986년 호멜사와 제휴해 현재의 스팸을 출시한 것. 비록 웰빙 열풍이 불면서 스팸의 인기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의 밥상에는 스팸이 계란프라이와 함께 인기 메뉴로 자리잡고 있고, 명절에는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스팸 선물세트가 오간다.

여담이지만 작년에 군대 음식 중 하나로 ‘스팸 뽀글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봉지라면을 컵라면처럼 조리한 것에 스팸을 넣은 것인데, 이러한 뽀글이는 군에서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다만 기자가 군 복무하던 2000년대에는 PX에서 파는 소시지를 뽀글이에 넣어 먹던게 유행한 적은 있다.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 명절. 스팸 선물세트에 감사와 경의의 마음을 담아 귀성길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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