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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新黨 상징색, 회색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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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23 22:48:14 수정 : 2014-01-23 2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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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길 가는 것도 지방자치 7대 약속도 실천은 어려울 게 뻔해
‘사죄·복종’ 깃발 들어 정치 변화에 일조하길
사죄의 마음을 전하기에 적당한 색상은 무엇일까. 회색이다. 적어도 ‘설득시키는 마법의 색’의 저자 기노시타 요리코는 그렇게 본다. 좀 낯선 ‘컬러 카운슬러’ 명함을 가진 기노시타에 따르면 회색은 복종을 의미한다. 백 마디 사죄의 말보다 회색 복장으로 상대방에게 복종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한다.

색의 세계는 나름 요지경이다. 돈 모으는 데 효과적인 색상이 따로 있고 애인의 바람기를 방지하는 색상이 따로 있다. 과음을 억제하거나 편두통을 치료하는 색상도 있다. 물론 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기묘묘하다. 인간은 시각적 존재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다른 어떤 포유류도 영장류처럼 심하게 시각에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시각적 존재가 색깔을 중시하고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현대인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러기 일쑤였다.

고대 중국에 영향을 미친 사상의 하나는 역사순환론이다. 전국시대 추연이 주창한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이 대표적이다. 색깔을 중시했다. 오덕종시설에 따르면 전설상의 황제를 상징하는 색깔은 노랑이다. 하, 상, 주는 각각 초록, 하양, 빨강이다. 장이머우의 영화 ‘영웅’은 진나라 깃발과 의복을 새까맣게 그린다. 왜? 진나라 색깔이 검정이기 때문이다.

현대 상식의 잣대로는 허무맹랑하다. 그러나 고대인들은 진지하고 심각하게 색깔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가 토덕(土德)을 이었으니 노랑을 숭상하자는 축과 그에 반대하는 축이 줄다리기를 하다 여러 목숨이 날아간 비사도 있다. 색깔은 생사람까지 잡는다. 근·현대까지도 줄기차게 그러했다. 20세기 초반 러시아 혁명기를 맞은 동시대인들은 적과 백으로 편을 갈라 피바람을 불렀다.

안철수 신당이 상징색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새 정치’를 어떤 색깔로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고민이 깊다고 한다. 정당의 이념 지향에 따른 전통적 색깔 분화는 둘째치고 이미 선점된 색깔이 워낙 많아서다. 얼마 전 노랑을 택한 정의당이 겪은 우여곡절을 안철수 신당이 되풀이할 차례다.

내가 고른다면 주당이 술안주 청하듯이 하겠다. ‘아무거나’가 정답이다. 안철수 의원은 어제 호남 방문길에 ‘지방자치 7대 약속’을 내놨다. 앞서 제주에선 3월 창당을 선언하면서 의욕적 어록을 남겼다. “새 정당은 기득권 정치세력이 외면한 통합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실천은 어려울 게 뻔하다. 인물감을 모으는 일부터 간단치 않다. 뭔 여력으로 색깔 고민을 하겠는가.

이승현 논설위원
희망과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이 색깔에서 나올 리도 만무하다. 먼저 제대로 처신한 뒤 박수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호객에 주효할 색깔이 뭔지를 놓고 헛심을 쓸 게 아니라 정당이 기특한 나머지 그 상징색에도 환호하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안철수 신당이 굳이 까다롭게 고르겠다면 회색 계통을 검토하도록 권하고 싶다. 큰 장점만 해도 두 가지다. 첫째는 진영 논리, 흑백 논리를 타파할 색깔로 안성맞춤이란 점이다. 매사에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묻는 구태를 버려야 고비용 저생산 구조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사회갈등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회색 감각이 필요하다. 박쥐 같은 회색이 아니라, 불화와 반목의 기운을 녹이는 세련된 회색이.

앞서 언급한 기노시타가 옳다면 회색은 복종이고 사죄다.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이다.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에 눈이 팔려 있지만 급선무는 대국민 사죄다. 정치권은 국민이 원하는 정반대 방향으로만 내달렸다. 19대 국회는 특권을 내려놓기는커녕 헌법·법률조차 어기면서 헛발질을 하고, 여야 정치인은 사익 추구에 온몸을 던진다. 이렇게 흉악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좌표를 알려주는 자유민주주의 시계가 대의민주제 오작동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대한민국 정치의 평원에 더 늦기 전에 사죄·복종의 깃발이 나부껴야 한다. 그 깃발을 신생 정당이 기꺼이 흔든다면 그 얼마나 기특하겠는가. 강아지도 두더쥐도 기특하게 굴어야 주인의 귀여움을 받는 법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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