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항에서 3㎞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과메기 덕장이 즐비하게 늘어선 해안가에 일정한 형태로 금이 그어진 바위들이 나타난다. 바로 삼정리의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는 속도에 따라 단면의 형태가 사각형 혹은 육각형의 다면체 돌기둥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약 17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며 생성된 삼정리 주상절리는 절리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신비감을 더한다. 수직과 사선 문양이 골고루 섞여 있고, 방사상과 부채꼴 모양도 찾을 수 있다. 해파랑길 14코스가 연결되는 삼정리 주상절리는 그다지 험하지 않고 바위와 바위 사이가 촘촘히 연결돼 육지에서 가장 먼 곳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구룡포항 뒷골목에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는 ‘근대문화 역사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부터 조성된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지금은 약 200m쯤 되는 골목에 일본식 적산가옥 50여채가 보존되어 있다. 1920년대에 지은 일본인 어업조합장의 2층 살림집을 새로 단장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관’, 당시 간판으로 영업을 하는 음식점과 찻집 등에서 100여년 전 포항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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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형상을 보여주는 구룡포 삼정리의 주상절리. |
죽도시장도 포항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동해안 최대 상설이라는 죽도시장에는 온갖 해산물이 그득하고, 200여개의 횟집이 늘어서 있다. 펄펄 뛰는 수산물을 둘러보는 것에도 신이 나지만, 겨울 죽도시장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은 엄동설한에 허연 입김을 뿜어대며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시장 사람들이다. 이들의 뜨거운 삶의 열기는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금세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최근 포항 바닷가에는 새로운 볼거리들이 잇따라 생겼다. 우선 죽도시장 앞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포항운하가 건설돼 1월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197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매립됐던 동빈내항∼형산강 일대에 길이 1.3㎞, 폭 17∼20m의 물길을 낸 것이다. 죽도시장 상인들은 “형산강 물길과 연결되며 물이 고여 있던 동빈내항의 고약한 냄새가 없어졌다”고 반겼다. 포항운하에는 유람선이 다닐 예정이며, 포항운하관에서는 포스코 공장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관광지로서도 주목을 받을 것 같다. 포항시 측은 포항운하가 서울 청계천 같이 포항의 새로운 명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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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대 해수욕장에 세워진 해상누각인 영일대는 경복궁 경회루를 본떴다. 포항 겨울 밤바다에 드리운 보름달과 영일대의 조명이 운치 있는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
포항에서는 바다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깊은 산속 절집의 정취도 각별하다. 포항의 절집 중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곳이 운제산 자락의 오어사다. ‘나 오(吾)’ 자에 ‘물고기 어(魚)’ 자를 쓰는 이름에는 원효와 혜공선사의 전설이 서려 있다. 두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하며 죽은 물고기를 살리는 법력을 겨뤘는데, 물고기 한 마리만 살아나자 이것을 놓고 서로 자신이 살렸다고 했다는 데서 이 같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오어사는 절집이 들어선 위치가 특이하다. 저수지의 가장 안쪽 물가에 둥글게 앉아 있다. 오어사 뒤편 가파른 암봉 끝에는 자장암이라는 암자가 들어서 있다. 출렁다리인 원효교를 건너가 물 건너편 산자락에 오르면 저수지와 오어사, 자장암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아주 빼어나다.
12폭포로 유명한 포항 북쪽 내연산에 자리한 보경사도 포항을 대표하는 명찰. 경내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단아한 당우로 이름이 높다.
포항=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54)=서울에서 포항을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까지 가서 대구∼포항 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된다. 구룡포의 이색음식은 ‘모리국수’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듬뿍 넣고 다진 양념으로 걸쭉하게 끓여 먹는 국수이다. 뱃사람들이 어판장에서 팔고 남은 생선을 가져와 국수를 넣고 끓여 먹은 데서 유래했다. 구룡포시장의 ‘모정식당’(010-8454-4314)이 원조다. 포항의 별미로 물회를 빼놓을 수 없는데, 시내에서는 시청앞 ‘호미곶 물회’(274-0103)가 유명하다.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사업 협동조합(276-0760), 영덕 청어과메기 영어조합(732-8524)에서는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1두름(20마리)에 1만5000원 정도. 포항 시내에 호텔과 모텔이 즐비하지만, 바닷가 숙소를 원한다면 호미곶 주변과 영일대 해변에서 찾는 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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