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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휘둘리는 과학… 민중을 배신하다

입력 : 2014-01-17 20:36:06 수정 : 2014-01-17 23: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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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퍼드 코너 지음/김명진, 안성우, 최형섭 옮김/사이언스북스/3만원
과학의 민중사-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끈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클리퍼드 코너 지음/김명진, 안성우, 최형섭 옮김/사이언스북스/3만원

“현대과학이 지금처럼 시장경제라는 무정부주의적 힘에 이끌리는 한, 그것이 인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문제는 과학기술, 그리고 산업을 어떻게 진정한 민주적 통제 아래 놓이게 할 수 있느냐이다. 이를 통해서만이 우리는 어렵게 손에 넣은 과학 지식을 모두에게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성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럴 수 없다면 케인스의 말을 빌려 우리 모두는 이제 곧 죽는다.”

섬뜩한 얘기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지적이다. 뉴욕 월가의 탐욕에 가득찬 금융 기술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켜 세계 경제를 침몰시킨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뉴욕 시립대 클리퍼드 코너 교수가 쓴 ‘과학의 민중사’는 과학기술이 소수 엘리트에게 쏠려 있는 분위기의 반전을 시도한다. 과학적 성취는 현장에서 땀으로 손으로 직접 새로운 발견들을 성취해 낸 광부와 대장장이, 옹기장이들, 금속기술자들과 소수 엘리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이 엘리트들이 만든 시장제 논리에 휩쓸려 제 역할을 못하는 전 세계적인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일반 민중 과학자들에게 주목한 저자의 시각은 신선하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대부분 독창적인 이론에 기반한 새로운 학설이나 성취를 이뤘다고 자부하지만, 이들이 이룬 업적은 일반 과학도의 원초적 지식에 기반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과학 기술이 총집합돼 건설된 우주정거장의 장대한 모습. 과학 엘리트뿐 아니라 금속기술자, 대장장이 등 일반 기술자들이 함께 만든 거대한 인류의 작품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과학은 소립자의 미시 세계에서부터 은하계라는 거대한 우주 공간까지, 우리의 지식을 거대하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과학은 인간에게 신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과학은 비록 부유한 지역에서 기대 수명을 늘려주었고 인간 노동을 절약하는 장치들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현대과학이 대다수 민중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지 못했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진보 과학운동, 환경운동이 큰 힘을 발휘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 과학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방향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이윤 추구 동기에 의한 지식 생산이라는 종속이 깔려 있다. 자본과 과학의 결합은 더욱 강고해져 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특히 자본과 컴퓨터 과학의 결합은 월드와이드웹의 급속한 상업화를 가져왔다. 부유한 개인들과 국가들에 힘을 몰아주는 시장경제 원리가 아니라, 사회 정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 체제 구축을 해방이라고 정의한다면, 컴퓨터 혁명은 해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컴퓨터로 인한 해방의 꿈은 사라지고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꿈꾸는 작은 기술 벤처 회사들이 정보 초고속도로를 따라 바쁘게 몰려다니다 파산할 뿐이다. 이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얼마나 거대 기업들에 장악되었는지 명확해지고 있다. 전 세계 20대 웹사이트들은 AOL-타임워너, 디즈니, 비아콤, 폭스 등 언론 재벌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지 오래되었다. 겨우 14개 회사가 전체 미국인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의 60%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저자는 결론에서 “컴퓨터 과학은 대개 주요 금융권 및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있다”면서 “과학과 기술은 도구이자 무기이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들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것들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게리 워스키 지음/김명진 옮김/이매진/1만원
과학…… 좌파/게리 워스키 지음/김명진 옮김/이매진/1만원

사회학자 게리 워스키가 쓴 ‘과학……좌파’는 핵무기, 환경 오염 등 과학기술의 폐해에 맞서 사회운동을 벌이는 진보 과학자들의 활동상을 담았다. 국내에선 4대강, 핵발전, 천안함, 황우석 사태 등 중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좌우’로 나뉘어 지지하고 반대하고 의심하고 비판한다. 논거를 제시하고 문제를 적극 제기한 사람들은 과학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개인의 ‘양심선언’에 그칠 뿐 일정한 흐름과 운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자본과 종북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시대에 과학자들은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할까. 저자 게리 워스키는 진보 과학 운동이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구성돼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책은 우리 시대 과학 진보의 가치와 지향점을 대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진보 과학만이 절대 선은 아니라면서, 상생의 과학기술에 진보학자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원칙을 지적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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