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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격변의 시대 아픔 고스란히 증언하다

입력 : 2014-01-17 20:37:00 수정 : 2014-01-17 2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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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지음/효형출판/1만5000원
빨간 도시/서현 지음/효형출판/1만5000원

‘건축은 한국 사회의 진정한 목격자다.’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건축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건축은 격랑과도 같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흔들림 없이 증언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이것이 바로 책 ‘빨간 도시’가 디디고 선 전제다.

“꼭 닭장 같았습네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아주머니가 서울의 아파트를 보고 남긴 말이다. 행정구역으로 서울이 확정된 해는 1963년으로 당시 인구는 300만명 정도였다. 1988년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렀으니 25년간 춘천시나 여수시 인구에 해당하는 28만명이 해마다 서울로 이동한 셈이다. 경제적 기회를 찾아 매일 같이 밀려드는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 현재의 아파트다. 짓기도 전에 팔리는 선분양제가 등장할 정도였으니 닭장 같은 외양이나 그 안에 담을 삶은 고려 대상에 낄 수도 없었다. 급작스런 ‘씨족공동체의 해체’가 지금의 아파트 형태를 만든 것이다.

학교는 어떠한가. 학생들은 선생님의 훈시를 받으며 교문을 통과하고 구령대가 있는 운동장을 지나 교실로 들어갔다. 이런 학교 배치는 병영을 꼭 닮았다. 한국의 학교 배치는 연병장, 사열대, 막사로 이뤄진 병영과 간판만 바꿔달면 될 정도다.

일제강점기가 남겨놓은 교복을 벗고 분단이 남긴 군복을 벗었다고 해서 몸에 밴 군사 문화까지 털어낸 것은 아니다. 군사 문화는 자연스레 건설 문화로 스며들었고 결과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와 건축물이 남았다.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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