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와의 외교 회담장에서 꺼내 든 '감자'는 양국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케리 장관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리아 내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준 선물은 감자 두개였다.
AP·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양국간 회담을 시작할 무렵 흰색 종이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길쭉한 바게트 모양의 아이다호산 감자 두 개를 꺼내 라브로프 장관에게 건넸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에 웃으며 "인상적"이라고 답했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은 "지난해 말 성탄절 휴가 때 아이다호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전화통화를 할 때 그가 아이다호 지역과 관련해 감자 이야기를 했다"며 "깜짝 선물로 아이다호산 감자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은 감자 선물에 "숨겨진 의미도, 비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라브로프 장관은 "케리 장관이 준 감자는 '당근과 채찍' 전술에 적용할 수 있을 특별한 생김새였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또 케리 장관은 기자들에게 "라브로프 장관이 감자로 보드카를 만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농담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폴란드에서 감자로 보드카를 만든다는 것은 알지만 폴란드에서의 일"이라며 "우리도 소련 시절엔 그랬지만 요즘은 밀로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케리 장관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의지 표시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몇 달간 정보기관 도감청 폭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 문제부터 이번 회담의 주제인 시리아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AFP통신은 케리 장관이 '감자를 미-러 양국간의 다리로 삼으려 한다'는 표현도 썼다.
러시아측이 감자 선물에 대한 답례로 미국측에 러시아 전통 털모자 우산카를 선물한 점도 이런 희망에 힘을 실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선물받은 분홍색 우산카 모자를 쓰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의 '감자 외교'가 시리아 문제의 해결책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깜짝 카드 노릇을 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라브로프 장관은 시리아 내전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평화회담(제네바-2)에 이란이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케리 장관은 이란의 참석 여부가 "이념이 아닌 실용성과 상식의 문제"라고 맞받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케리 장관이 언급한 실용성을 보더라도 이란은 참석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우산카 모자를 선물받은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이 14일 바티칸시티를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케리 장관은 교황과 중동 평화 문제 뿐 아니라 빈곤 해결이나 인도주의적 사안 등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사키 대변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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