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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절집·해 품은 바다 ‘희망의 순례’

입력 : 2014-01-09 20:54:54 수정 : 2014-01-09 20: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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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땅끝탑 … 해남의 명소들
해남 땅끝은 연말연시면 희망을 찾아 온 사람들이 순례객처럼 발을 딛는 곳이다. 그 특별한 의미 때문에 이미 와 봤던 사람도 또 발길을 돌려 찾게 된다. 땅끝은 국토의 시작점이고 남도에서 손꼽히는 일몰·일출 명소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북위 34도 17분 21초에 자리한 땅끝을 기준으로 삼았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한양까지 천리, 한양에서 함북 온성까지를 이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땅끝마을에는 땅끝전망대와 땅끝탑 등 이곳의 상징성을 부각시킨 시설이 여럿 갖춰져 있다.


땅끝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사자봉(156m) 정상에 자리한 땅끝전망대까지는 통상 모노레일로 올라가게 된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봉화를 형상화한 높이 40m의 전망대에 오르면 크고 작은 섬이 즐비한 다도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보길도 너머 멀리 뒤편으로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땅끝전망대에서 바닷가 땅끝까지는 400여m로, 1400여개의 나무계단이 이어져 있다. 돛을 펼쳐놓은 듯한 땅끝탑과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로 이뤄진 땅끝에 서면 동서 양쪽으로 거칠것 없이 너른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장엄한 해넘이와 해돋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해남의 땅끝탑에는 이즈음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자처럼 몰려들어 새해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진다. 해질녘 땅끝탑 전망대에 홀로 선 한 남자가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 해를 바라보고 있다.
땅끝마을을 대표하는 해돋이 장소는 선착장 바로 앞바다의 맴섬이다. 바위 좁은 틈으로 해가 솟는 맴섬 일출은 땅끝마을의 상징이다. 이 마을에서 파는 건어물 포장지에도 맴섬 일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위틈 사이로 해가 솟는 장면은 2월과 10월에만 볼 수 있고, 다른 때는 맴섬 위로 해가 지나간다. 땅끝마을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서쪽 해안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오면 닿는 송지면 대죽리에는 또 다른 해넘이 명소가 있다. ‘전망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 앞 전망대에 서면 죽도와 중도라는 두 섬 사이에 펼쳐지는 황홀한 석양을 만날 수 있다.

땅끝마을 근처 죽도와 중도의 해넘이.
해남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그윽한 정취가 흐르는 절집, 두륜산(703m) 대흥사다. 중국 곤륜산 줄기가 백두산을 거쳐 백두대간을 따라 흘러내려오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백두에서 ‘두(頭)’ 자를, 곤륜에서 ‘륜(崙)’ 자를 가져와 ‘두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흥사 앞에 서면 두륜산 정상에 솟은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에는 이 암봉들의 모양새가 와불을 닮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 봉우리가 부처님의 머리, 배에 모은 두 손, 발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 암봉이 와불과 흡사하다는 데는 흔쾌히 동의할 수 없지만, 두륜산 암봉과 대흥사가 어우러진 풍경은 은은하고 고즈넉한 맛이 일품이다.

대흥사 입구로 이어지는 1.5㎞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100년 역사의 전통 한옥인 유선여관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김명곤)이 춘향가를 부르던 바로 그곳이다. 고색창연한 기와를 이고 있는 이 단아한 한옥은 아마도 우리 땅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통여관일 것이다.

두륜산 자락 대흥사 전경.
대흥사는 두륜산에서 흘러내린 금당천을 경계로 남원과 북원으로 나뉘는데, 양쪽에 들어선 전각이 50개가 넘는 대찰이다. 대흥사 전각을 둘러볼 때는 현판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게 좋다. 조선 후기 명필들의 글씨가 곳곳에 남아 있다. 대웅전의 ‘대웅보전’, ‘천불전’이라는 현판은 원교 이광사의 것이고, ‘무량수각’이라는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 썼다. ‘표충사’라는 현판은 정조대왕이 직접 써서 하사했다. 고계봉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도 두륜산의 명물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고계봉 정상까지 286개의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서북쪽으로 남도의 산들을 모두 내려다보게 된다. 대흥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인 녹우당이 있다. 해남 윤씨 종택인 이곳은 윤선도가 기거하던 사랑채인 녹우당을 비롯한 전통 고가가 잘 보존돼 있다. 녹우당은 입구의 500년 된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241호인 뒷산의 비자나무숲 등이 어우려져 해남의 손꼽히는 명소가 됐다.

겨울 해남에서 꼭 들러야 할 곳 하나를 추가한다면 고천암호다. 너른 갈대밭 사이로 물오리와 기러기, 논병아리들이 떼를 지어 수면에서 노닐고 있다. 요즘 고천암호에는 예전만큼 많은 철새가 찾지 않아 하늘을 가득 메운 군무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저물녘 어둠이 깔기 시작한 물가에서 철새들이 수런거리는 소리, 편대를 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은 사람들 마음을 금세 평온하게 만들 정도로 서정적이다.

해남=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61)=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 목포까지 가서 다시 영암방조제를 지나 806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해남이다. 목포에서 2번 국도를 타고 강진방면으로 가다 13번 국도로 갈아타도 된다. 땅끝마을 선착장에서 세연정·동천석실 등 윤선도 유적지로 유명한 보길도를 오가는 배가 출발한다.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군단위 지자체로는 강원도 홍천 다음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있으니, 동선을 잘 짜서 움직여야 시간 낭비가 없다. 모텔급 숙소가 땅끝마을, 대흥사 앞, 해남읍에 몰려 있다. 아침 일출을 보려면 땅끝마을에 여장을 푸는 게 좋다. 떡갈비, 불고기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읍내의 ‘천일식당’(535-1001)이 널리 알려져 있다. 땅끝마을의 ‘전라도 가정식 백반’(535-5008), ‘땅끝 횟집’(533-6389)도 맛이 깔끔하다. 대흥사 입구 ‘보리향기’(534-3376)는 현지인이 적극 추천하는 보리비빔밥 전문식당이다. 해남군 문화관광과 530-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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