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리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돈·섹스·마약… 탐욕의 끝은?

입력 : 2014-01-08 19:28:16 수정 : 2014-01-20 11:13:54

인쇄 메일 url 공유 -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감독 마틴 스코시즈, 수입 더쿱, 배급 우리네트웍스)는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쇼에 가깝다.

무려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금방 휘몰아쳐 지나가는 기분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1980~90년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의 희대 사기극을 스크린에 옮겼다. 벨포트의 회고록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했다. 할리우드 톱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 및 제작자로 참여했고, 그와 앞서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조던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 스크래턴 오크몬트 직원들과 함께 소인증 장애인을 던져 표적을 맞추는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게임으로 시작한다.

이 한 장면이 벨포트가 어떤 인품을 가진 인물인지 관객이 금세 눈치 채게 만든다. 영화는 벨포트의 회상을 통해 그가 처음 월 스트리트에 입성할 당시부터 성공과 파멸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삶을 다뤘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카지노’ 등 미국 범죄 드라마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스코시즈 감독은 칠순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자칫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범죄사기극을 빠른 리듬감과 유머 감각으로 그려냈다. 주가 조작과 사기, 돈 세탁으로 단숨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벨포트가 마약·섹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탐욕에 빠져드는 내용이 스코시즈 특유의 연출력과 버무러져 생방송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벨포트는 돈을 벌면 벌수록 파멸해가는 인물이었다. 단 몇 분 만에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타고난 언변과 매력을 지녔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잘못된 가치관과 쾌락이 문제였다. 

스코시즈 감독은 스크린에 옮기는 순간 미화될 위험성이 큰 매력적인 주인공을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바라보며, 인간의 탐욕이 빚어낼 수 있는 상황의 극한까지 내몰았다. 마치 디캐프리오에게 “그래,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네 마음대로 해봐”라고 주문이라도 건 것처럼 말이다. 보여줄 건 다 보여주되, 모든 상황의 가치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놨다. 벨포트 내면의 심리적 고민과 갈등이 덜 드러난 것도 이 때문이다. ‘조던 벨포트는 희대의 사기꾼이며, 범죄자였다’는 사실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겉으로는 화려한 쇼가 계속될지 몰라도 속으로는 곪아터져가고 있음을 관객들은 서서히 알게 된다.

실제 1980년대 월가는 돈과 마약, 섹스가 판치는 무법 천지였는데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벨포트였다. 디캐프리오는 작정을 하고 나온 듯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캐치미 이프 유 캔’(2002) ‘에비에이터’(2004) 등에서 보여준 광기어린 천재 캐릭터 연기가 이번 작품에서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이번 작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 탓일까. 그는 당분간 연기활동을 쉬고 사회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혀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관객의 뇌리에 오래 박힐 만한 시퀀스들이 많다. 특히 벨포트가 레먼(퀘일루드)이라 불리는 약물을 과다 복용한 나머지 뇌성마비 증상까지 온 상황에서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러 가는 장면은 큰 폭소를 자아낸다. 그가 스크래턴 오크몬트 직원들 앞에서 퇴임(?) 연설을 하는 장면 역시 압권이다.

매튜 매커너히가 분한 마크 한나 역할은 더욱 기억에 남을 듯하다. 벨포트가 월 스트리트에 출근한 첫날 만난 직장 상사이자 멘토인 한나는 레스토랑에서 “고객의 돈을 내 주머니로”를 외치며, 월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들(코카인과 마스터베이션, 창녀)을 알려준다. 짧지만 강렬한 등장이었다. 그는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자취를 감추지만, 벨포트가 나중에 ‘월가의 늑대’가 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문과도 같은 노래를 읊조리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롭 라이너, 존 파브로, 스파이크 존즈 등 배우로 출연한 감독들의 훈훈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전라노출, 마약 흡입, 집단섹스 등 나쁜 영화의 조건은 다 갖췄다. 그럼에도 노장 감독의 투혼은 빛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79분. 1월9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오피니언

포토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